가짜 대하 판매 방조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가짜 대하 판매 방조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10.25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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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서해안 바닷가 상인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KBS가 서해에서 팔리는 양식 대하가 가짜라고 폭로하면서부터다. 대하축제가 한창인 충남 홍성의 남당리를 비롯하여 경기에서 호남에 이르기까지 바닷가 포구 상가에 돌연 비상이 걸렸다.

평소보다 20% 이상 손님이 줄고, 관광객이 찾아와도 이젠 흰다리새우로 밝혀진 양식 대하보단 턱없이 물량이 부족한 자연산 대하를 찾는다고 한다. 덕분에 자연산 대하는 귀하신 몸이 돼 지난해 1kg에 3만5000원 하던 게 지금은 6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상인들도 그동안 속여 판 것이 미안했던지 TV보도 이후 종전에 1kg에 2만8000원하던 양식 흰다리 새우를 지금은 2만3000원까지 낮췄다.

논란이 된 가짜 대하, 흰다리새우는 대하와는 생물 분류학적으로 종자가 다르다. 영장류로 치면 원숭이와 고릴라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도감에서 보면 문, 목, 과까진 같이 내려오나 속명에서 갈라진다. 흰다리새우의 서식지는 중남미와 동남아 바다이며 대하는 우리나라 서해 연안에 주로 서식한다. 서로 모양은 흡사한데 맛은 크게 차이가 난다. 대하가 쇠고기 등심이라면 흰다리새우는 다릿살이라 할까. 맛은 육질에서 대하가 차지고 고소한 감칠맛이 나는 반면, 흰다리새우는 조금 텁텁하고 뻣뻣하며 덜 고소하다. 물론 1년에 한두 번 먹는 사람들이야 잘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미식가들을 속이지는 못한다.

서해에서의 흰다리새우 양식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시작됐다. 10년 전부터 대하에 치명적인 흰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산당국이 나서서 우리 연안에 맞는 흰다리새우의 양식을 권장하고 나섰다. 어민들은 이후 중남미에서 모하(母蝦)를 수입, 양식에 나섰다. 놀랍게도 대성공이었다. 대하의 경우 양식을 하다 한 마리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양식장 안의 모든 대하가 집단 폐사한다. 그러나 흰다리새우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러니 어민들이 종자를 바꿔버렸다. 지금은 아예 대하를 양식하는 곳이 거의 없다. 바닷가 상인들도 이를 알고 흰다리새우를 받아다 팔았다. 학명과 종과 속을 따지는 학자가 아닌 상인들은 '대하=큰 새우'라는 인식에 아무 죄의식도 없이 흰다리 새우를 양식한 대하라고 팔기 시작했다. 모하를 가져와 종묘를 생산, 우리 땅에서 키운 새우인데 뭔 문제냐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대하라고 알고 먹었던 게 알고 보니 토종이 아닌 외국산이었다니, 더구나 품질도 떨어진다던데 몇 년 동안 그냥 속은 셈 아닌가.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국립 수산물품질관리원에 책임을 묻고 싶다. 국회도서관 홈피에 들어가 보면 2005년부터 국내에서의 흰다리새우 양식 장려를 위해 연구·발표된 논문이나 학술지 등 자료가 무려 41건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한국양식협회, 해양수산부 등이 앞다퉈 흰다리새우의 양식을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후 지금은 흰다리새우가 양식 대하를 대체했음에도 지금까지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매년 서해안에서 대하 축제가 벌어지고, 소비자들이 속으며 먹고 사 갔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양식 대하가 없다면 흰다리새우를 먹을 수도 있다. 바닷가재도 외국산 아니던가. 그러나 합리적인 값이 매겨졌는지도 모르고, 수입산 새우를 국산으로 믿고 먹게 방치했다면 이는 공무원들이 사기를 방조한 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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