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김치로 끝나지 않는다
김치는 김치로 끝나지 않는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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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문정훈 <어린이재단 청주사회복지관장>

시월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조석으로 쌀쌀함마저 느낀다. 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매년 11월에 김장김치를 담가 저소득세대에 드리곤 했는데, 연일 방송에서 배추 한 포기에 1만7천원을 호가한다는 소식과 중국산 배추 수입도 녹록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복지관도 올해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장은 '늦가을에 한꺼번에 많이 담근 통배추김치·깍두기·동치미 등의 총칭 또는 그것을 담그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겨울의 반 양식'이라 하여 어느 가정에서나 입동전후로 필수적으로 담갔는데, 특히 서민들의 일년 양식으로 우리 식생활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세계식량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의 가치를 인정하고 규격을 정함은 물론 그 명칭을 대한민국의 김치(KIMCHI)로 명명함으로써 우리 김치는 세계 속의 '김치'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한국이 그 종주국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김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조선 중종 13년(서기 1518년)에 편찬된 구급벽온에 "무우딤채국을 집 안 사람이 다 먹으라" 고 하여 '딤채'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것이 구개음화되어 김치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김치는 종류가 많고 끊임없이 변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김치가 옛날에는 없었고 앞으로도 식생활 양상의 변화와 더불어 변천되어 갈 것이다. 오늘날 활발한 국제교류로 식생활도 많이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요한 식생활문화는 쌀밥에 김치가 잘 어울리는 것은 오래도록 존속할 것이며 서민들의 반찬걱정을 덜어주는 음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김치에 주로 쓰이는 배추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이 또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잦은 비로 인한 천재지변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배추 경작지의 감소 때문이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또한 배추의 가격이 거품으로 유통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배추가격의 폭등 소식을 듣고 청와대에서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상에 올리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배추가 재배되지 않는 머나먼 이국땅에 사는 것도 아닌데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이 상상이나 가능한 일인가. 청와대나 각 정당에서는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연일 말하고 있지만 그저 허공에 울려 퍼지는 빈 메아리일 뿐이다.

나는 정치도 모르고, 유통도 모르고, 경제도 잘 모른다. 그러나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올겨울 막 지은 밥 위에 김장김치 한 가닥을 올려 맛있게 식사를 할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제 그들의 소박한 행복을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김장김치는 그해 겨울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다음해의 서민 먹을거리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숙성된 김치는 그대로 반찬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찌개, 찜, 볶음, 국 등으로 활용되어 서민들의 저렴한 반찬이 되어오곤 했다. 이제 서민들의 저렴한 밥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의 서민 먹을거리에 대한 현명한 대처와 중장기적인 재배 및 유통 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밥상에 소박한 행복이 피어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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