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보쌈 <청주 산남동>
항아리 보쌈 <청주 산남동>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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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일기자의 '주말 맛기행'
혀끝에서 사르르… 행복합니다

꼬들꼬들한 무속·특제 쌈장 등 인기만점

어릴 적 큰집 잔치에 가면 맛볼 수 있었던 큰어머니의 넉넉한 손끝으로 차려지던 푸짐한 잔칫상. 그중에서도 빈 그릇을 들고 한참을 줄서서 기다리다 받아 먹던 기막힌 맛의 보쌈과 보쌈김치 궁합은 1년에 몇 번 안 되는 큰집 잔칫날에만 맛볼 수 있던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아련한 맛의 추억을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픈 마음을 가득 담아 운영되는 '항아리 보쌈'(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481번지·전화 283-6553·대표 송화준)을 찾아가면 흡사 여느 잔칫집에라도 온 듯 항상 왁자지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잠시 무거운 몸을 맡기고 마음마저 따뜻하게 데워 갈 수 있는 곳으로 정겨움이 듬뿍 묻어 난다.

윤기 반지르르한 부드러운 살코기와 적당히 붙은 비계의 환상궁합.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구동성 외치게 되는 감탄사.

신선한 상추에 고기 한 점 얹고 입에 착 달라붙는 무속 올리고 마늘, 고추, 그리고 이집만의 특제 쌈장을 콕 찍어 입에 넣으면 담백한 살결과 부드러운 비계가 혀끝에서 사르르 해체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보쌈 맛의 최고 보좌관인 보쌈김치를 빼놓으면 또 섭섭하다. 직접 절인 배추 속에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인 무김치와 함께 고기 돌돌 말아 한 입 가득 넣으니 이번엔 시원한 김치 양념이 서서히 베어 나오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개운한 맛이 일품인 된장국이 자칫 텁텁해질 수 있는 입맛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제는 너무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보쌈하면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을 확 바꿔버린 이집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송화준 대표는 너무도 쉽게 그 맛의 비결을 털어 놓는다.

일단 보쌈은 당도를 낮추고 담백함을 유지하는 게 관건. 점심 저녁 손님들이 몰리기 전에 바로 삶아내는 고기는 적정한 온도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손님상에 오르는데 이렇게 김을 빼고 비계를 탱탱하게 하는 과정을 거쳐야 더 부드럽고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한다.

또 한 번 고기 삶은 물을 다 버리지 않고 적당량을 첨가해 다음 고기 삶을 때 다시 사용한다는 것이 이집 보쌈의 노하우.

일견 쉬워 보이면서도 양 조절과 관리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또 이집만의 특제 쌈장만 보더라도 보리, 차조, 수수로 지은 밥에 땅콩, 해바라기씨, 호두 등 국가대표급 견과류를 아낌없이 넣어 구수하고 특별한 맛을 낸다.

게다가 무속도 물기를 손으로 일일이 짜내 습기를 제거, 보쌈의 부드러움과 무속의 꼬들꼬들한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한마디로 내오는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고스란히 서비스되는 것.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독성이 생기는 특성상 굴 보쌈은 겨울문턱으로 들어서는 11월부터 서비스된다고 하니 벌써 마음은 11월에 가 있다.

송화준 대표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남다른 작은 차이와 정성을 추구하는 고집이 언젠가는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통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또 멀어서 오기 힘든 분들은 봉명동점(043-263-5353)을 찾아 가셔도 된다며 후배까지 챙기신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맛을, 어린이들에게는 건강한 맛을 전해주는 항아리 보쌈에서 이번 주말 마음까지 푸짐해지는 잔칫상을 받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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