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교육열이 줄고 있다(2)
일본의 사교육열이 줄고 있다(2)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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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이 본 외국의 교육현장
윤유진 <사교육정책 중점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은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이 유교에 뿌리를 둔 국가이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 가치, 경제성장에 따른 교육의 팽창, 일류대학 진학경쟁 등 비슷한 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교육은 다른 두 나라와 차이가 있다.

일본도 학력이 높으면 높은 수입과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학력 효용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력의 효용이 어디서 오는가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학력의 효용이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으로 인식되는 반면, 일본은 자기실현적 가치와 소비적 측면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겉으로는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교육열 현상에 있어서 행위자들의 목적이 다른 것은 매우 중요한 점이다.

진학을 통해 학력을 쌓으려고 하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직업과 관련이 있다. 학력이 직업성취의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은 공히 교육열이 높은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배후의 직업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부모의 직업과 본인 희망 직업과의 관계를 비교분석하였다.

일본에서는 부모직업이 화이트인지 아닌지에 따라 본인의 화이트칼라 직업희망 비율이 약 10% 차이가 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일본 고등학교생들이 부모와 같은 직업을 희망하는 '부모 동직 희망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직업이 무엇이든 '부모의 일을 자녀가 잇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업선택의 기준을 보면, 일본인들은 사회경제 지향성과 자기실현 지향성 중 한쪽을 지향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사회경제 지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일본에 비해 비화이트칼라직을 낮게 평가하고 지위가 높은 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직업성취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의 직업성취 경쟁이 한국보다 다원화되어 있는 것도 우리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직업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우리보다 적다.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높은 학력이 요구되는 전문직이나 사무직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일 양국 고등학생의 교육성취 의욕은 전체적으로 높지만 일본에서는 전문직이나 사무직 직업에 취업하기가 어려워졌을 경우 공상적 직업희망을 현실적 직업희망으로 전환하기가 용이하다. 이 목표 변경을 용이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가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을 생각하는 일본의 가치의식 때문이다.

고학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취업하기 어려울 경우 부모와 같은 직업으로 목표를 바꿔도 본인과 부모는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업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하지 않아 성취의욕에 따른 교육열도 냉각될 수 있다. 부모의 직업이나 중소기업과 같은 자신의 기대보다 낮은 직업에 대하여 만족하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에 따라 장래 인생이 거의 정해진다는 '학력 결정론'에 긍정적인 비율은 일본(41%)이 우리나라(63%)보다 훨씬 낮다. 사교육의 병폐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학벌중시'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 '학벌중시' 풍토가 오히려 청년백수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숙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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