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와 지역 축제
경제 논리와 지역 축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8.29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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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여름의 뜨거움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축제가 있다. 아름다운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다. 올해로 6번째 열린 이 여름 축제는 '음악영화'로 특화해 호평을 받았다.

지역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면 국제 행사를 치른다는 자체가 대견스러울 정도다. 특히 올해 열린 영화제에는 해외 게스트가 대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고, 유명 아시아 영화제작자들이 방문해 행사를 빛냈다.

6년이란 짧은 기간에 국제 영화제의 면모를 갖춰가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그러나 갑작스레 존폐위기를 맞았다. 6.2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최명현 제천시장이 올해 영화제를 마친 뒤 존폐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보겠다는 말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축제 존폐 논란은 예산 대비 홍보나 경제성에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영화제 개최로 인한 실익도 미미하다는 시민 여론도 최명현 시장이 개최 여부를 검토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으리라 본다. 또 일부에서 전하듯 전임자의 유치 행사에 후임자가 비중을 두기 어려운 점도 작용했으리라.

이렇게 논란 속에 열린 영화제는 점유율은 79.2%, 총 34편의 매진 작이 잠정 집계돼 성공적이라는 평가였다. 전국에서 영화제를 찾아온 이들은 휴식 같은 영화제에 감동했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구나 '제천'이라는 충북의 한적한 도시를 영화제로 인해 처음 가 보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는 경제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축제의 성과로 본다면 결코 경제 논리로만 축제를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제천국제영화제처럼 지역의 대표 축제가 위기를 맞는 것은 한두 곳이 아니다. 지원금 감액으로 행사가 축소됨은 물론이다. 청주의 대표 축제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역시 2013년부터는 국고지원이 중단돼 자립적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제천과는 또 다른 문제지만 결국, 경제 논리만으로는 축제를 치를 수 없는 타의적(?) 구조가 돼버린 셈이다.

국고 지원이 삭감되거나 중단될 때 지역 축제가 갖는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 공예를 중심으로 국제 행사로 치러지는 청주국제비엔날레는 2009년에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중 국비 지원 규모는 30여억원이었다. 그리고 내년에 치를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국비 25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 지원이 끊길 경우 지자체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제력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당연히 축제의 존폐논란이 이어질 것은 뻔하다.

경제논리로만 친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비경제적인 운영 속에 치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공한 축제라고 치는 몇몇을 제외하곤 국고나 지자체비로 충당되고 있다. 그럼에도 축제가 유지되어야 할 이유는 있다. 문화적 기반이 갖는 힘 때문이다. 문화의 포괄성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지만 그중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는 공감대는 경제적 의미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무의미하거나 정체성 없이 치러지는 축제는 과감히 없애버려야 마땅하다. 하나, 존폐의 선택에 있어 신중함도 요구된다. 몇 명이 왔는가 하는 숫자놀음이나,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축제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한가도 따져 볼 일이다.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렵다. 이제 걸음마 단계를 벗어난 축제를 발등만 보고 싹을 자를 일이 아니라, 가능성에 비중을 두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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