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혜택, 국민 공감대가 우선
병역혜택, 국민 공감대가 우선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0.06.29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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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가진다. 삼국시대 이래 군적(軍籍)에 등록해 나라에서 성인 장정에게 부과하던 군역과 부역이다. 그 당시에는 대체로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양민 정(丁:나이에 따라 구분한 남자의 등급 가운데 하나)이 국가에 군역을 담당했다.

고려시대에는 신체 건강한 자는 모두 군인으로 징집돼 궁궐을 지키거나 지방의 요새지에서 군역을 담당했으며, 또 정병(현역병)에서 제외된 봉족은 경제적으로 군을 지원했다. 이런 군역제도는 고려시대에 확립돼 조선시대에 이어졌다.

나름대로 군역의 원칙을 세웠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치가 문란해지면서 그 골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제력을 갖춘 농민들이 양반으로 신분 상승해 양반의 수가 급증하면서 일반 농민의 군역 부담은 상대적으로 힘들게 만들었다. 고위 관리나 지주는 군역을 피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부유층 자제 중에는 면학에 뜻이 없으면서도 군역을 피하기 위해 향교에 입학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병역을 기피할 목적의 현대판 해외 유학과 유사했다.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스스로 부잣집 노비로 행세하거나 살던 마을에서 유랑길에 나서 농촌 사회는 메말라 갔다. 흔히 회자되는 '장군의 아들', '신의 아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것이다.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방의 의무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부모에게 달갑지 않은 의무다.

지난 23일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 조중연 축구협회장, 허정무 감독, 박지성 선수 등이 대표팀에 '병역 혜택'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 시점이 8강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더할 수 없는 당근으로 작용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반해 국민들은 16강에 진출한 쾌거는 축하하지만 병역 혜택에 관해서는 인색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루과이에 석패, 8강 진출에 실패해 병역 혜택 논란이 약간 수그러 들었지만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현행법상으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혜택은 올림픽 동메달까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로 한정돼 있다.

월드컵 16강이 올림픽, 아시안게임 메달과 비교해 그 가치는 손색이 없다는 데 이견이 없다. 네티즌들은 "군면제로 해외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과 "축구만 예외로 두면 다른 스포츠와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된다"는 의견으로 나눠 갑론을박 설전이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도 감안하고 병역면제를 통해 국제경험을 쌓도록 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네티즌은 병역법상에 예외 조항을 둬 월드컵과 같은 사안이 발생할 경우 국회에서 결의를 통해 특별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제로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한다. 다만 이 경우 혜택을 받는 선수들은 병역복무 기간인 2년여 동안 연봉 등 수입의 일정부분을 국가에 기부하는 방안을 병행해 일반인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는 선수대로 경기를 계속 뛰면서 기량을 쌓고 그의 연봉 일부는 국가에 귀속시켜 이 기금으로 해당 분야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허정무 감독이 한발 물러나 제기한 대안이다. 즉 병역혜택이 아닌 입대 시기 조절이다.

융통성을 발휘해 선수가 은퇴 뒤에 공익으로 군 복무를 하는 방법이다. 병역 문제만큼 국민에게 예민한 사안은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작은 것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동기를 부여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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