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열기를 화합과 통합의 힘으로
축구의 열기를 화합과 통합의 힘으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6.27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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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축제나 큰일이 끝날 때마나 회자되는 말이 '일상으로 돌아가자'이다.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우리는 6.2지방선거의 열기에 이어 월드컵 축구 열기가 전국을 강타하며 붉은 물결을 이루었다.

물론 선거와 축구의 열기는 다르다. 축구는 국가를 배경으로 치러지는 대회라는 점에서 선거열기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선거가 분열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축구는 단합적이다. 이러한 이유는 한 달여를 '축구 한국'으로 몰고간 저력이기도 하다월드컵 열기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세계 속 대한민국의 현재를 점쳐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서울에서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붉은 거리 응원전이 이어졌고, 전 국민이 잠못드는 새벽을 맞이하게도 했다. 축구 한 골에 대한민국이 들썩일 만큼 환희에 넘쳤고, 축구 한 골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축구로 하나되는 대한민국'이란 말이 딱 들어맞았다고나 할까. 국민 대통합의 순간을 뜨겁게 경험한 셈이다. 온 국민을 붉게 물들였던 월드컵 열기는 주말 우루과이와의 패전으로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선수들은 멋지게 싸웠고, 국민들은 멋지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축제는 끝났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축제에 대해, 우리에 대해 곱씹어 볼 시간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월드컵 축구 열기는 인간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투영하는 기회였다. 이겼을 땐 환호로 선수들을 격려하다가도, 패했을 때 쏟아지는 질타는 국가를 떠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자살골 한 방에 살해 위협을 받은 외국선수가 있는가 하면, 내부 분열을 일으키며 씁쓸하게 비행기에 오른 나라도 있다. 또 자국민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인지, 경기마다 격한 몸짓이 나타났다. 페어플레이 정신은 사라지고 이기는 데만 열을 올리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승자만, 일등만 기억하는 시대적 단면을 공 하나로, 운동장과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축구는 욕망의 분출구가 되어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무수한 관전 평이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포털에는 익명의 댓글들이 화려하게 장식됐다. 골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역시 승자이길 갈구하는 갈채와도 같았다. 패자를 향해선 여지없는 비난과 독설을 드러냄으로써 욕망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대회라는 이름 속에서 한국 사회 밑바닥에 깔린 일등주의와 패배주의가 축구로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지방선거도, 월드컵 축구의 축제도 끝났다. 국가도 개인도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월드컵 축구에 눈 돌렸던 민심이지만 정부는 4대강사업과 세종시 등 조각난 민심을 봉합해야 할 과제가 코앞에 남아 있다. 또한 3일 후면 선거에서 당선된 각 자치단체장들이 새롭게 도정과 시정, 군정을 정비하고 출항의 돛을 올린다. 곳곳의 단체장들의 새로운 얼굴로 바뀌면서 그동안 전개된 지자체 사업들이 어떻게 변모할지, 선거를 통해 분출된 갈등의 요인이나 요구들이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축구에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듯,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상충된 의견이 갈등으로 표출될 때, 월드컵 축구가 보여준 화합과 통합을 일상에서 어떤 힘으로, 어떻게 결집해 낼 것인지 고민하는 단체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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