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불법 관행' 쐐기박은 법제처
20년 불법 관행' 쐐기박은 법제처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6.21 0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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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법제처가 공군사관학교 성무대승마장 운영 행태가 불법이라는 점과 관련법에 따라 신고(허가)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지난 20년간 거듭된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다.

법제처는 문화체육관광부(청원군)의 유권해석 건에 대해 체육시설 운영·영업에 관한 법 적용은 시설업자 모두에게 달리 적용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제정 취지대로 국민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모든 시설이 제도권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점도 새삼 환기했다.

충북체육회(승마협회)가 운영중인 성무대승마장이 문제가 된 것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지난 2월 발생한 50대 회원의 낙마와 중상을 입은 사고였다. 이런 일이 터지면 원인과 책임 소재, 시설의 운영 구조를 으레 들여다 보게 되는데 한마디로 '유령시설'처럼 운영한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우선 시설신고(허가)를 하지 않아 행정지도와 감독을 할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게 '승마'여서 이용자들을 지도할 감독은 아예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시설신고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보험 대상에서도 벗어나 낙마사고를 당한 이들은 매번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시설은 지난 90년에 이어 2004년 두 차례나 전국체전 경기장으로 쓰였고, 그때마다 수억원의 세금을 들여 시설을 갖춘 곳이다.

게다가 공군사관학교 생도들과 장병들도 이용하는 시설인데 충북도와 청원군, 충북체육회 몇몇 관련자들을 제외하곤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98년부터 2003년까지 수차례 공문을 발송하고, 면담까지 요청했으나 묵살한 사실도 밝혀졌다.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민간의 으름장 역시 통하지 않았다.

시설물 소유자가 공군사관학교라는 군이고, 운영자가 충북도지사가 회장인 충북체육회라는 특성 때문이었던지 이들의 도전쯤은 대수롭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관련업계는 허가권을 쥔 행정기관이 법을 멋대로 적용해 민간을 핍박하는 횡포로 받아 들였고, 행정과 법집행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안겼다.

법제처가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박수칠 일이다. 체육시설운영자라면 누구든 시설기준은 물론 안전관리 요원 배치, 안전·위생 기준 준수, 손해보험 가입 등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해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영업에 대한 해석 역시 실제에 있어서 이익 발생의 유무, 이익 사용목적 등을 불문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영업했다면 영리목적이 인정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법제처는 대한체육회와 다른 승마장업을 경영하는 자 간에 합리적인 이유없이 규제의 수준을 달리해 형평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해선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지난 20년간 법의 사각지대였다는 게 곧이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사)대한승마경영자협회라는 단체가 지난 98년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 12년만이고, 큰 사고가 없었다면 그냥 묻힐 일이었는데 제자리를 잡을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사고가 나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이용자들이나, 민간업자들의 원성은 또 어떠했을까.

한 묶음이랄 수 있는 법과 상식이 잘 통하는 사회를 지향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은 얼마든 있다. 법제처가 새로운 규정을 만든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리·감독권을 쥔 지자체, 공군사관학교는 잘못된 관행을 접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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