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검찰로 거듭나길
성숙한 검찰로 거듭나길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0.06.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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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영일 본보 대기자

지난 4월 20일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보도로 촉발된 검찰개혁이 오늘 전국 18개 지검 차장검사와 8개 지청장이 참여하는 차장검사회의에서 구체적 실천방안논의로 일단락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11일 김준규 검찰총장은 1948년 검찰청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이 62년만에 기소권(起訴權)을 일부 손질하고 감찰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체 개혁안을 1700명의 검사들에게 화상회의를 통해 동의를 구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중요 사건에 대해 기소 또는 불기소의 옳고 그름을 심의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만드는 것에서 더 나가 기소절차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소배심제를 통해 검사의 기소권남용을 막고 민간인을 책임자로 하는 감찰본부를 설치하며 검사의 비리수사를 맡는 특임검사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과거 검찰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름의 개선책이 나왔다. 199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2007년 사건 관계인과 골프·식사·여행 등을 금지한 '검사윤리강령' 제정, 2008년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법무부 감찰관 직위공모 등이 있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명기된 '국가소추주의'에 따라 기소권을 독점했고 '기소편의주의'에 근거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검찰관련 사건이나 정치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 개혁안대로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지면서 형사소송제도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감찰본부가 검사들의 동향을 평상시에 감찰하면서 검사비리를 수사하는 특임검사제 도입 등으로 '스폰서 검사' 같이 사회적 물의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비판의 시각이 많다. 보조기구에 지나지 않는 모든 위원회에서 보듯이 검찰시민위원회의 경우도 법적 강제력이 없어 기소권 견제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고 감찰본부 책임자를 민간인으로 임명해도 검찰과 감찰 업무에 대한 이해도 문제로 '무늬만 감찰' 가능성이 높으며 특임검사의 경우도 인사권이 검찰총장에게 있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감사원 직무감찰 등이 빠졌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주장한다. 아울러 스폰서 파문의 진원이나 다름없는 범죄예방협의회를 검찰지원업무를 폐지하고 순수 자원봉사단체로 존치시키는 것은 '눈가림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한발 더 나가 생각하면 이번 검찰개혁안은 검찰내부에서는 고강도의 개혁안이라 자평하고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니다. 핵심이 빠져 있다는 생각에서다. 기소권만 일부 제한한다고 올바른 기소가 이뤄질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검찰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시민위원회나 기소배심제에 회부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고 특임검사도 제식구 감싸기로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소권을 가진 검사에게 수사권까지 주어지는 제도에서는 사건이 수사단계부터 검사의 입맛대로 요리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차제에 경찰의 수사권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검찰의 개혁이 국민에게 진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모습을 검찰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성숙한 검찰로 보일 것이다.

오늘 차장검사회의에서 개혁안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을 수용하는 자세와 경찰의 수사권문제도 함께 거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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