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 국회부의장 당선 의미
홍재형 국회부의장 당선 의미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6.0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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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경원 장관을 지낸 홍재형 의원은 지난 96년 실시된 15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자민련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구천서 전 의원에게 쓴맛을 본 것이다.

행정관료로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부총리까지 지낸 홍 의원의 패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많은 반성을 했다고 한다. 당시 지역에서 홍 의원에 대한 평가는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너무 뻣뻣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관료 물이 덜 빠졌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이런 뼈아픈 지적에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성실함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지역구 관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국회가 있는 주중에는 주로 서울 중심으로 활동하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어김없이 지역구를 찾는다. 흐트러짐이 없다고 한다.

이후 홍 의원은 3선의 고지에 내리 올라섰다. 청주는 재선을 허락하지 않는 지역이고, 더욱이 3선은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충북의 정치 1번지 청주 상당에서 그는 당당히 3선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3선 의원으로 18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석패했다. 호남을 기득권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충청권 의원의 경선 도전은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그러나 홍 의원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국회부의장이었다.

경쟁자는 5선의 박상천 의원(전남 고흥·보성)과 4선의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갑)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 정도의 민주당 적자(嫡子)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경쟁을 했다.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외연(外延)을 넓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동료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어냈다.

홍 의원은 2차 결선투표에서 박 의원과 똑같이 39표를 얻었으나 동표시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생일이 7개월가량 빠른 홍 의원이 당선됐다. 운도 따른 것이다.

홍 의원의 부의장 당선은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충청 지역 출신이라는 수적 한계를 극복하고, 선수(選數)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정가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가 이번 부의장 선출을 통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이번 부의장 선거는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홍 부의장은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민주당이 지역적 한계를 이겨냈다는 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충북도민 덕이라고도 했다. 또 성원에 어긋나지 않게 항상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100% 연소시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번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은 홍 의원의 부의장 당선뿐 아니라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제천 단양)의 국토해양위원장과 변재일 의원(청원)의 교육과학기술위원장, 괴산 출신의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 상록 을)의 지식경제위원장 등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지역 출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만큼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끌면서 민선 5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속에 국회 주요 자리까지 지역 출신들이 거머쥐면서 충북 발전의 호기를 맞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홍 부의장 같은 인물의 도전 정신이 한몫했다. 홍 부의장은 '어렵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자주했다고 한다. 홍 부의장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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