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公薦)
공천(公薦)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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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공천(公薦)은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정당의 공조직을 통해 뽑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정치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이 제도는 가장 최하부의 기초자치단체부터 최상부의 국회의원까지 정당을 통해 후보자가 나서게 돼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당의 조직 자체가 부패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루어졌을 경우 돈이나 인맥에 의해서 좌우될 소지가 대단히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천은 대개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형태다. 요즘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마다 공천후보자 접수를 마감하고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선거에 출전한 자당 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에서 공천신청 전에 자체적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공천심사위원회 무용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후보자 공천접수가 마감됨에 따라 지난 24일 11명으로 구성된 공심위를 통해 공천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주도로 정리를 한 탓에 공천신청자가 1명에 그친 선거구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2명을 신청한 일부 선거구에서도 1명은 들러리라는 설이 무성하다. 여기에 공심위 위원 중 6명의 당협위원장들이 직접 참석하고, 외부인 2명도 해당 위원장들의 추천에 의해 임명돼 사실상 외부인사는 3명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후보 공천 심사가 부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사 일정도 너무 촉박하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두 달 동안 공심위가 활동한 것에 비해 무려 한 달가량이 단축된 것이다. 이처럼 공천 심사 일정이 대폭 줄어들면서 면접이나 토론 등을 생략한 채 해당 당협위원장과 논의를 거쳐 서류심사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공심위 심사 과정을 해당 당협과 '협의'토록 명문화하면서 사견이 개입될 여지를 제도화시켜 놓았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벌써 '누구는 기초단체장 공천을 내락받았다', '누구는 무혈입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공천심사가 끝난 뒤 공심위 결정에 불복하거나 반발하는 등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지난 23일 후보신청을 마감했다. 그러나 마감도 하기 전에 청주 흥덕 을 지역위원회에서는 이미 후보를 내정했다는 보도자료가 날아들었다. 해당 지역에서는 후보자를 조기에 내정함으로써 책임정치와 생활정치의 토대를 마련하고 준비된 일꾼, 성실한 일꾼을 위한 지방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주변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공천심사위를 무시하는 태도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천심사비가 부담되다보니 아예 탈락할 후보를 사전에 정리해 친절을 베푼 것은 잘한 일(?)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물론 이런 공천 행태에 대해 정당들은 억울하다는 불만이다.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의 선거인 총선 때 다른 사람 줄에 선 사람을 어떻게 공천을 줄 수 있냐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방자치라는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현실과 너무도 괴리감이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정당정치에 매몰돼 본질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먼저 든다.

정당공천제를 적어도 '기초'만큼은 제외하자는 그동안의 요구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도 공정공천(公正公薦)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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