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배웠다는 것이 죄인인 듯"
"법을 배웠다는 것이 죄인인 듯"
  • 손근선 기자
  • 승인 2010.02.15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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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전 검사장 인터넷 카페에 심경 밝혀
"법을 공부한 나도 억울함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데, 법을 모르는 국민들의 억울함은 더할 것입니다. 국민들을 생각하니 지나온 날이 부끄럽고, 법을 배웠다는 것이 죄인인 듯합니다."

검사장급에서 평검사로 강등된 권태호 검사가 최근 인사발령취소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후 자신의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권 검사는 지난 11일 인터넷 카페인 권태호 검사장 명예회복 운동본부의 한 코너에 자신이 직접 적은 A4 용지 2매 분량의 '검사도 울며 겨자를 먹는다'는 내용으로 그동안의 과정들을 적었다.

권 검사는 이 카페에서 "학연과 지연의 후광조차 없었던 검사시절 믿고 따라줬던 지인들 덕분에 검사장까지 오르게 됐다"며 "그러나 지난 나의 과오로 인해 검찰 역사상 유례가 없는 강등인사로 날벼락을 당했다"고 글을 써내려 갔다.

그는 이어 "사랑에 대한 사랑과 인간적 고민 없이 독선적인 법의 잣대로 재단된 결정이 억울함을 낳고 스스로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검사시절 나의 과오가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그런 사례가 있었다면 이 글을 빌려 사죄한다"고 이었다.

권 검사는 "강등인사를 당하고 보니 억울하고 충격적이었다"며 "나 때문에 검찰의 위상도 저해됐고 동료 후배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어 미안하기만 하다"고 적었다. 이어 "나 같은 법의 잣대가 후배들에게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11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이유로 검사장급에서 평검사로 강등된 권태호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발령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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