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한인할머니 美시민권취득 화제
100세 한인할머니 美시민권취득 화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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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0세가 된 한인 할머니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퀸즈 더글라스턴에 사는 김달순 할머니.

1909년 11월3일생으로 올해 만 100세인 김 할머니는 21일 미연방이민귀화국(USCIS)으로부터 시민권 증서를 전달받았다. 이민당국은 김 할머니가 한인사회는 물론, 역대 최고령 시민권 취득자로 추정하고 있다.

김 할머니가 이처럼 늦은 나이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꼭 투표를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팔순을 맞은 1989년 도미, 뉴욕에 정착했다.

영주권 취득 후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었지만 진정한 이민자의 힘은 투표권을 얻을 때 나온다고 믿었던 김 할머니는 시민권을 기어코 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시민권 시험의 최대 난관이었던 역사 시험을 위해 둘째 딸 정진덕 씨와 막내 며느리 김숙희 씨가 번갈아 특별과외를 맡았고 매주 2시간씩 뉴욕한인상록회의 제임스 구 사무총장의 도움으로 역사 시험 예상 문제를 공부했다.

딸 진덕 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어머니가 안쓰러워서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 꼭 미국에서 투표를 하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시민권 인터뷰 시험을 못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맨해튼의 USCIS 오피스에 가서 시민권 인터뷰 시험을 볼 계획이었지만 며칠 전 달래김치를 담구기 위해 집 뒤뜰에 나갔다가 허리를 가볍게 삐는 사고를 당한 것.

이 소식을 들은 상록회의 제임스 구 사무총장이 USCIS 오피스를 찾아가 특별히 ‘홈바운드 서비스’로 불리는 방문 인터뷰를 요청, 시민권 담당관이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를 찾아가 인터뷰 후 시민권 증서를 전달하게 됐다.

홈바운드 서비스는 신청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정책으로 시민권 증서 전달과 선서식을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것은 물론, 드물긴 하지만 대리인 지정도 허용하고 있다. 이민국은 김 할머니가 고령인데다 건강상 시민권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딸 진덕 씨가 대신 인터뷰를 하도록 배려했다.

상록회의 제임스 구 사무총장은 “이민국에 못 갈 정도로 아프던가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해당이 되고, 심지어 의식도 없는 분들도 살아계시기만 하면 자녀나 다른 사람이 시민권자 대리 시험을 봐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100세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정정한 김 할머니는 “내년 11월에 열리는 뉴욕주 상하원 선거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김 할머니는 슬하에 2남2녀와 손주 12명, 증손주 20명을 두고 있다.

한편 소식을 전해들은 한인사회에서는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진현 씨(플러싱 거주)는 “투표라는 소중한 권리행사를 위해 난관을 이겨낸 김달순 할머니가 정말 존경스럽다. 한인사회의 힘은 투표권에서 나오는만큼 시민권 취득 자격이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미루는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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