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등 모방심리…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
드라마 등 모방심리…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11.18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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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도 청소년 문화인가?
또래 친구 사이 의사소통방법·힘 과시 위한 도구

아이가 욕 하지 않을때까지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더 먹어, 이눔아.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이 말은 지난 대선 당시 한 '욕쟁이 할머니'가 이명박 후보와 찍은 TV광고에서 거침없이 내뱉은 말이다.

흔히 욕쟁이 할머니나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욕을 덤으로 얻어먹으면서 단골로 찾는 것은 욕설에 악의가 없고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걸쭉한 입담이 때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카타르시스 구실을 한다. 판소리와 마당극의 해학과 익살이 담긴 욕설이 오히려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처럼.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욕설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대중 버스 안에서 등·하교 하는 청소년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대부분 욕설이다. 아니 욕을 입에 달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왜 그럴까

지난 5월 'KBS 스페셜' 팀이 여고생 4명의 일상생활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45분동안 지켜 본 결과 욕을 한 횟수는 무려 248번이었다.

욕의 종류도 대략 15종류로 드러나 욕이 없으면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욕이 일상화되어 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욕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뜻한다.

학교를 아직 다니지 않는 아이들조차 놀이 중에 욕을 하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컴퓨터가 다운됐을 때 스포츠 경기 관람 중 응원하던 팀이 지고 있을 때도 감탄사처럼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

어린 아이는 일상적인 말로 사용하기보다 욕을 하면 상대방이 놀라거나 긴장을 하는 반응에 의한 경우가 많다.

어른에게도 '나쁜 새끼' 등의 욕을 하기도 하지만 7세 이전의 아이들이 욕하는 것은 말의 의미를 알고 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영화나 TV드라마 등 즐겨 접촉하는 대중 매체를 통한 모방심리로 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또래친구 사이에 의사소통방법이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다.

◇ 어떻게 지도하나

어린이들은 뜻도 모른 채 따라하고, 중·고등학생은 '유행'이라고 따라한다.

독설과 막말 등을 방치하면 심리적으로도 폭력성과 공격성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언어 파괴는 자아존중감 발달과 책임감 형성 등에도 그릇된 영향을 끼친다. 어린이는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

아이와 있는 시간이 적어지다 보면 아이의 일상적 언어를 들을 기회가 적어지고 자연히 방치하게 된다.

아이가 욕을 하면 단호하게 "욕을 하면 안 돼. 자, 다시 말을 해 봐"하면서 욕을 하지 않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아이가 욕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하루에 얼마나 많은 욕을 하는지 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티커 수에 따라 어떤 벌칙을 받을지도 정해두고 실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주교육청 위(Wee)센터 전문상담사는 "청소년들은 욕을 하는 주체가 아닌 욕을 듣는 청취자 입장에서의 기분변화를 인지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개선 방법을 교육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청소년 문화로 방치하기보다는 학교에서 언어순화를 통한 인성교육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 언어폭력과 험담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워싱턴을 중심으로 '고운말 쓰기 운동(Words Can Heal)'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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