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loser) 논란
루저(loser) 논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9.11.15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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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이른바 '루저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루저 파문'을 넘어 '루저의 대란'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미녀들의 수다'라는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는 발언으로 시작된 논란은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다. 신문을 비롯한 각종 뉴스매체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 의해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3일에 있었던 국회운영위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이와 관련, "인권위가 방송사에 대해 인권 문제를 놓고 권고하고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남자 키가 180cm 이상은 돼야 하고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형오 국회의장,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루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여대생의 생각없는 발언이 국회 국정감사장에까지 오른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은 재빠르게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싱글커뮤니티 프렌밀리는 미혼남녀 13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솔한 발언을 했지만, 너무 마녀사냥같이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의견이 59.20%로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어쨌든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혼이 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18.41%, '자기 생각을 말한 것 가지고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가 12.44%였다.

이 여론조사 기관은 그러면서 부가적으로 '키가 작은 남자가 패배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남자 11.82%가 '솔직히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여자는 20.88%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나 적지 않은 응답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키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렇지만 한 철없는 여대생의 생각없는 발언에 침을 튀기고 열을 올리면서 죽자사자 비난 대열에 설 정도의 졸장부도 아니다.

남자들은 자신보다 키 작은 여자를,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선호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렇다.

다만 '작은키=루저'라는 등식이 문제였다. 한 개인의 호불호가 아닌 패배자로 규정했다는 점이 열받게 만든 것이다.

이쯤되면 '루저 논란'이 아니라 '루저의 난'이라는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여대생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 문제였지만 그 부분을 편집해서 방송을 할 수 있었는데도 여과없이 내보낸 제작진의 무감각이 사태를 더 키운 듯하다. 이 때문에 KBS가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한 후 해당 제작진을 교체했지만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철없는 한 여대생의 생각없는 발언이 이처럼 폭발적인 논란의 '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허허롭기까지 하다.

우리사회에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이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장기적인 경기침체에서 오는 청년실업, 해고불안, 가계불안 등등에서 오는 분노가 이렇게 분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점점 진정성을 잃어가는 사회지도층의 술수와 꼼수에 한계를 느낀 절망감이 이렇게 하잘것없는 일에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언뜻 한 방송 오락프로그램에서 한 코너가 끝난 후 출연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외쳐대는 구호아닌 구호가 떠오른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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