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가까워졌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까워졌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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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신종플루 얘기가 아니다.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 논란은 분명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찬반의 공방이 워낙 전방위적이고,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는 바람에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것 같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측의 '논리전개'는 일정한 방향과 흐름이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선창(先唱)에 이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동조,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거들기 역시 이런 맥락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마지막 단계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세종시의 원안 추진을 바라는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위한 전담팀 구성을 작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로밖에 안 보인다. 하기사 현 정부가 총력을 다해 밀어붙이는 이 문제가 좌절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연히 지금부턴 강공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명분 구축에 올인할 테고, 과연 그 명분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주창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명분을 안기는 것은 충청인들의 동요다. 아직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발표될 수정안을 놓고 만약 충청권 내부에 찬반의 다툼이 벌어진다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수정론자들이 줄기차게 세종시 문제를 거론해 온 것도 바로 이를 끌어내기 위한 로드 맵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이에 따른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의 본질을 변질시켜 정치적 '신뢰' 대 국가 미래적인 '효용'의 대결구도로 몰고가며 여론을 희석시키더니 급기야 그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뜬금없지만 "(수정안에 대해)충청이라고 해서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그들의 낙관론이다. 이를 잘못 뱉었다간 당장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극히 신중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지만 말의 강도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의 의미를 역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이해당사자간 반목과 갈등은 거의 드러났다. 처음 수도권과 충청권의 충돌을 시발로 여당과 야당의 대립으로 이어졌고, 10. 28 재보선을 앞두고선 청와대와 여당의 불협화음이 불거졌는가 하면 현재는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까지 돌출되고 있다. 공방이 빚어진 후 흔들림없이 한목소리를 견지하는 것은 '수정 절대 불가'라는 충청권의 민심뿐이다. 어찌 보면 세종시 논란에 있어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조금씩 틈새가 보이고 있다. 아직은 대세가 못되고 소수 의견에 불과하지만 사석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세종시 수정론에 솔깃하는 이들이 더러 눈에 띈다. 이는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여론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 수정론의 명분을 찾는 찬성론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부터 몸을 던져 집착할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가상을 하면 이렇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세종시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여기에 충청인들의 동요가 일어날 경우 집안 싸움은 필연적이다.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다.

세종시 수정론의 총대를 멘 정운찬 총리가 임명되자마자 언론은 곧바로 이를 이이제이(以夷制夷)로 표현했다. 말 그대로 오랑캐를 내세워 오랑캐를 제압하는 승자에겐 이보다 더 좋은 카드도 없다.

하지만 그 승자에게 피비린내 나는 놀이를 제공해야 하는 오랑캐의 처절함을 생각한다면 이런 말을 쉽게 입에 올리면 안 된다. 게다가 만약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충청인들이 서로 반목하고, 찬성론자들이 이를 부추긴다면 결국 같은 종족의 오랑캐들이 서로 동족상잔의 활극을 벌이는 꼴인데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충청인을 오랑캐의 수장으로 낙점한 것도 억울한데 지금의 형국은 그 수장에게 종족을 해(害)하라고 하는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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