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사람을 낳고
고향은 사람을 낳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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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며 충청권 총리가 나온다고 다들 기대에 차서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기대를 접어야 했습니다. 세종시 수정 운운한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조차 행정효율 운운 하면서 장·차관회의가 어떻고 서류전달이 어떠니 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9부2처2청 이전에 국한하지 말고 통일·외교·국방·법무·행정자치·여성 부처까지 모두 세종시로 옮기면 간단히 해결될 일입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4대강이 청계천과 같다거나 용산참사의 원인이 화염병 투척 때문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청와대 면접시험이 세종시 건설과 4대강사업 등에 대한 견해라는 소문이 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현명한 그이는 세종시 원안추진에 대해서는 '부정론'을, 4대 강 정비에 대해서는 '긍정론'을 제기해 청와대 면접을 단숨에 통과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감세정책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대부분 일관된 추진을 이유로 '수긍'하거나 '용인'함으로써 무난한 그야말로 무난한 총리라는 합격점을 받았을 것이지요.

세종시, 4대강, 감세, 노동 등 정책문제는 어차피 각오하고 나온 것이니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개인 신상 문제에 이르면 저이가 과연 한국최고의 국립대학 총장을 지냈다는 존경받는 학자인가, 듣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는 시정잡배와 다를 게 뭐 있느냐고 합디다만 어느 시정잡배가 그렇게 살겠습니까. 한 달에 카드대금이 천만원이라니 기가 질립니다. 충청도 시골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중·고·대학을 다닌 분이라서 돈에 포원이 졌다면 뭐 그럴 수도 있을까요 용돈조로 돈 천만원을 가볍게 받을 수 있고, 이름 하나 빌려주고 매달 434만원씩이라면 참 대단한 이름이고 얼굴이기는 합니다.

그이와 비슷한 시기를 살아 온 사람들은 다 아는 얘깁니다만 당시에는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부잣집에 들어가 가정교사를 하고 그러다가 흔히 사위로 들어앉는 정해진 코스를 갑니다. 단박에 의식주가 달라지고 소위 상류사회에 편입되는 것이지요. 대개는 군대에 가지 않을 사연이 생기고 설혹 군대에 가는 경우에는 장성급 자제의 가정교사로 군 복무를 하는 좀 다른 코스를 가게 되지요. 머리 좋고 공부 열심히 한 결과로 무난하고 순탄한 과정을 걷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선택받은 인물로서 어려운 시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는 겁니다. 호의호식하며 순탄한 길을 걸어 온 사람이 지도자로서 난세를 헤쳐 나갈 만한 역량이 있겠냐는 것인데, 청문회에서 그이가 보여 준 모습은 차라리 보지 않은 것만 못했다는 것입니다.

청문회를 지켜 본 사람들이 오히려 이정희 의원에게 공인의 자격과 자세를 배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후보자가 공인의 자세를 보여 준 적이 있었습니까. 국민을 향해 어떤 비전,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가요. 일일이 입에 담기조차 거북할 정도의 지리멸렬뿐이었습니다.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고향을 동정한다면 영혼을 팔아 권력을 사는 우매한 행위를 중단하고 후보 사퇴하라"는 충청권의 목소리에 결코 사퇴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고향을 빛내기보다 먹칠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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