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치적 지방행정체제 개편
반자치적 지방행정체제 개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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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지금 국회는 비정규직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관련법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을 발의, 광역 시·도를 폐지하고 기초 시·군·구를 통합하여 계층을 축소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이고 선거구제 개편 등과 맞물려 있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개편 자체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고 천문학적 비용과 갈등이 예상됩니다.

또, 바꾸기도 어렵지만 일단 개편한 다음에는 쉽사리 되돌리기 어려운 일입니다.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반자치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이 엄청납니다.

도를 폐지하고 60~70개의 통합광역시를 만들면 광역행정기능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게 돼 중앙집권을 강화하게 되고, 중앙정부는 업무의 과부하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60~70개로 쪼개진 통합시는 국가의 획일적 통제와 간섭에 대응할 수 없게 돼, 풀뿌리 지방자치가 설 땅이 없어지고, 그나마 지방분권의 성과조차 송두리째 사라질 것입니다.

통합시청사를 신축하고 200개 이상의 공부(公簿)를 정리하는 등 행정업무에 필요한 엄청난 경비와 인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입니까 통합과정에서 분출할 갈등과 분란은 더욱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천안~아산간 고속철도역 명칭을 두고 벌어진 싸움 결과 '천안아산역'이 됐는데, 가령 진천 음성 증평 괴산이 통합했을 때, 통합시의 이름은 '진천음성증평괴산시'로 할 것입니까? 설혹 통합시의 명칭이 해결되더라도 시청소재지는 어디로 할 것입니까? 시청뿐입니까? 경찰서는, 교육청은? 수십개의 도단위 기관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소지역주의도 문제입니다. 진천 음성 증평 괴산이 통합했을 때, 통합시장은 인구가 많은 음성출신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리되면 시장을 배출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소외감을 갖게 되고, 통합시의 명칭단계서부터 응어리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이 쌓여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의 폭이 증가할 것입니다. 시장선거, 의장선출, 공무원인사, 각종 위원회 구성, 각종 단체장 선출 등 끝이 없습니다. 소지역주의의 폐해는 지금의 지역감정보다도 훨씬 더 큰 폐해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결론은, 행정체계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행정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면 됩니다.

청주·청원 같은 단일생활권, 도농복합지역은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함으로써 주민 스스로 판단케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광역행정구역을 부분적으로 조정하여 생활권에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특히 충북처럼 인구와 면적이 작은 도는 행정구역을 넓혀줄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의 효율을 위해서는 현재의 특별행정기관 기능을 시·도로 이관하고, 시·도가 수행하던 기능의 상당부분을 시군에 이관해서 분권과 풀뿌리 지방자치 기능을 높여야 합니다.

차제에 광역자치단체, 즉 도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시·도폐지론이 왜, 대두되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도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여 위상을 세워야 합니다. 끝으로 행정체계 개편 논의보다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여 지방의 과소를 해결함으로써 광역화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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