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곡(哭)소리, 두렵지 않은가
6월의 곡(哭)소리, 두렵지 않은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0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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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지난날의 잣대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참으로 운도 많다. 상상을 초월한 국민장의 파장을 감지하기도 전에 과거 독재정권의 확실한 수호천사, 북풍(北風)이 저절로 들이닥쳤으니 말이다.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남쪽을 겁박하는 것은 분명 지금까지의 북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차 하면 전쟁으로도 번질 태세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반응지수가 헷갈린다.

요즘 사석에서 예외없이 쏟아지는 얘기는 "차라리 이 참에 한판 붙자!"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 나온다. 북한이 죽건 우리가 망하건 한번 사생결단하자는 심산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국방책임자를 내세워 "북한과 일전을 벌일 수 있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일본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공공연하게 여론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놓고 지금처럼 당사자는 물론 주변국들이 자기 입맛대로 떠든 적은 없었다.

국민들의 정서적 면역이 소름끼치도록 두렵다. 어쩌자고 전쟁을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나. 6·25의 피비린내와 그 처절한 민족적 비극이 여전히 생생한 데도 말이다.

걱정은 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결국 정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야당은 대통령 사과와 수사 책임자의 파면 내지 사퇴를 들고 나오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취임 2년차의 레임덕이 걱정되는 집권세력으로선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이미 정당 지지도는 엎어졌다.

야당 역시 할 말이 없는 집단들이다. 그들의 때늦은 주장대로 정권에 학살당하던 노무현을 외면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죽은자의 은총'을 독식하겠다고 호들갑이다. 의리라고는 한치도 없는 비열하고 치사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국가 안위를 먼저 걱정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슬픔을 토한 국민이 무려 500만명이라고 한다. 국민장이 끝나고도 조문객은 계속 넘쳐나고 있다. 5000만 전체 국민의 열명 중 한명이 직접 분향소를 찾았다는 계산이다. 인터넷 혹은 마음속의 지지자까지 감안한다면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는 불문가지다.

전국의 분향소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 엄청난 숫자는 단순히 '조문'이라는 단어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국가적 문화현상이자 그 지향점 또한 분명하다. 집권세력이 굳이 이를 외면한다면 그 문화적 분출은 필히 공격성으로 무장한다. 이는 역사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간절히 바란다. 이번만큼은 제발 마지못해 나서지 말고 집권세력이 먼저 난국을 주도적으로 풀어갈 것을 말이다. 우선 대통령의 사과는 그것이 대국민 담화문 형식이 됐든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500만명이라는 숫자가 이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고도 남는다.

수사 책임자의 '책임있는 처신' 또한 늦기 전에 나와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가 무리였다는 지적은 정권과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미 제기됐다. 노무현이 죽고 나서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다하라"느니 "이젠 슬픈 마음을 추스르고 밝은 미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자"고 한 MB의 립서비스는 되레 국민들 마음에 생채기만 더 안겼다.

정권이 공권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유와 인권은 필연적으로 축소된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발은 선거에 대한 부정이고, 이는 곧 민주국가의 가장 큰 비극이다. 기껏 자기 손으로 뽑아 놓고도 이를 부정한다면 앞으로도 우리의 미래는 없다.

6월은 특히 숨가쁘다. 6.10항쟁 22주년과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이 진보를 자극할 테고, 다시 돌아온 6.25는 요즘 시국에 딱맞게 보수를 결집시킬 것이다. 게다가 6월 중순엔 한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다.

아픈 상처가 유난히 많은 6월, 하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 염천(炎天)의 곡소리를 원치 않는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묻겠다. 아직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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