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갈등 이제 안된다
분열과 갈등 이제 안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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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국민들은 또 봤다. 권좌에서 내려온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국민들은 본다. (중략)권력형 비리가 정권교체 후에야 드러나고 법석을 떨어야 하는 것인지, 왜 정권교체 자체가 권력형 비리의 정수기 역할이 되고 있는지가 불만이다. (중략)노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을 지켜본 국민들은 몇년후 이명박 대통령은 어떨까. (중략)'어김없이'를 비껴가기 위해서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필자가 지난 1일자 본란을 통해 '어김없이' 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던 칼럼의 서두와 결론부분이다. 재임시절에는 비리에 대해 손을 못대는 덜 성숙된 민주주의를 꼬집고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 칼을 들이대는 권력의 악순환을 이제는 단절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권이 큰 정치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로부터 22일 후인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승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것도 자진으로 서거하셨다.

국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큰 슬픔에 젖었다. 노 전 대통령을 아끼고 존경하던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애도하며 명복을 빌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일부 감정이 복받친 사람들은 현 정권의 정치보복과 검찰이 이같은 사태를 불렀다고 일갈한다. 분열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그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물론 따져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안된다. 악순환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은 안된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려를 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당시 함께 있었던 경호관을 심부름시켰다. 일부러 시킨 것이다.

투신하려는 모습을 경호관이 봤다면 몸을 날려 막으려 했을 것이라는 게 경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고 보면 이같은 경호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이 경호관이 자신을 구하려다 같이 목숨을 잃을 것을 걱정해 일부러 떼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순간에도 배려를 할 정도로 마음속은 평화를 그렸던 것이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 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의 유서내용 일부다. 이 대목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더 깊은 뜻으로 다가온다. 분노와 원망 대신 용서와 화해가 가득하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을 실현하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살아있는 우리를 향한 당부다. 당연히 그 몫은 이 시대를 또 살아가야할 우리들의 것이다.

현 정권이 전 정권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전 정권 사람과 지지자들이 현 정권을 향해 "너 때문"이라며 분노해서도 안된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일 뿐인데 갈등과 분열이라는 부질없는 짓거리를 하지말라는 것이며 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것이다.

차라리 한편의 시로 다가오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평생을 기득권에 저항하며 살아왔던 그의 삶에 비춰보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그것도 아주 절절하게 다가온다.

분열과 반목보다는 조화와 포용을, 갈등과 분노보다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국민 대통합을 이루라는 무언의 주문을 죽음으로 이른 것이다.

오늘은 그분의 영결식이 열린다. 이승을 떠나는 날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분열된 정치와 사회로 인해 극도의 갈등 속에 빠져 있고 침체된 경기는 국민들을 궁지로 몰고 있으며, 남북관계마저 파탄지경에 놓여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인의 뜻을 받들어야 할 때다. 우리 모두가 성찰을 해야 할 때다. 거리를 좁혀야 할 때다.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할 때다.

오늘 떠나는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예우는 바로 이것이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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