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으로 '선생님'을 불러보자- 스승의 날에 부쳐
마음속으로 '선생님'을 불러보자- 스승의 날에 부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4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스승의 날'은 충청지역 학생들로부터 유래됐다.

1958년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현 RCY) 단원들이 병중에 있는 전·현직 교사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데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1963년 RCY충남협의회가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그해 9월21일을 충남도내 '은사의 날'로 정한 데 이어 1964년 RCY 중앙협의회가 명칭을 '스승의 날'로 바꿔 5월26일 전국적으로 기렸다.

그 후 한때 폐지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9년 만인 1982년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부활시켜 국가지정 기념일로 정식 선포하고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기리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약 40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미국은 1944년 위스콘신주의 교사였던 라이언 크럭이 "공로가 많은 교사들을 기리는 날을 지정해 달라"는 청원에 의해 논의가 시작됐다. 의회에서 정식으로 선포된 것은 1980년 3월7일이었다.

1985년부터 5월에 스승의 날 주간이 만들어지면서 해마다 5월 첫째 화요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 기념하고 있다. 미국의 스승의 날을 정확히 말하면 '교사의 날(National Teacher Day)'이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다. 5월17일이 스승의 날이고, 이날을 기리는 모습도 흡사하다. '교사절(敎師節)'이라고 부르는 중국은 9월10일이고, 대만은 9월28일이다.

'스승의 날'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는 폴란드다. 1773년 당시 스타니슬라브 아우구스트 왕이 10월14일로 제정한 이후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연중 가장 빠른 나라는 2월 첫째 주말에 기리는 몽골이고, 가장 늦은 나라는 12월1일로 제정한 파나마다.

이렇듯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스승의 날을 정해 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스승에 대한 정서는 동서고금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매체의 보도가 눈에 띈다. '제자보다 40배 이상 벌서는 선생님들'이라는 제목으로 한 병원에서 목과 어깨 통증이 있는 교사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한 것이다.

목·어깨 통증을 갖고 있는 교사의 54%가 매일 30~50분 정도 팔을 들고 칠판 판서를 하고 있다. 한 달이면 한 팔로는 960분, 양팔로는 430분 이상 벌을 서는 셈이다. 학생이 한 달에 한 번, 양 팔을 들고 10분 정도 벌을 선다고 가정했을 때 교사는 그보다 43배나 많이 벌을 서는 꼴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628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눈에 들어온다. 교직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최근 1~2년간 떨어졌다는 응답이 55.4%로 절반이 넘었다. 이유로는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교사의 권위 상실'이 417명(66.4%)으로 압도적이었으며, 이 때문에 전직을 생각해본 교사도 53.5%에 달했다.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매일매일 엄청난 벌을 서는 스승들. 그들이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교직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작금의 교권추락, 권위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를 생각하지는 못할지라도 제자보다 43배 더 벌을 서는 선생님들을 위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특별하게 가슴에 담아보자. 그런 마음으로 '선생님'하고 불러보자.

정민 교수의 산문집 '스승의 옥편'이 떠오른다. (전하는 메시지는 뒤로하고)돌아가신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옥편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애틋하다.

'한 장 한 장 다리미로 다려서 펴고 접착제로 붙이고 수선해서 책상맡에 곱게 모셔두고는 마음이 스산할 때마다 옥편을 쓰다듬고 냄새맡는다'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핑돈다. 스승과 제자의 마음속에 켜켜히 쌓여있는 존경과 사랑이 묻어나온다. 이것이 사제지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