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시내버스운행 지도·감독 도마위
청주 시내버스운행 지도·감독 도마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9.04.10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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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탄 여고생 인적드문 동부우회도로서 중도하차 강요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가로등도 없는 15~20분거리의 길을 혼자 걸어왔을 큰딸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나마 무사히 집에 도작했으니 망정이지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겼다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여고생이 밤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중도하차를 요구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청주시의 시내버스운행 지도·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모씨(47·청주시 상당구 정하동)는 지난 3일 밤 평소보다 20분가량 늦게 귀가한 큰딸(고1)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큰딸의 이야기인 즉슨, 평소처럼 학원을 마치고 밤 11시쯤 사천동 덕일아파트 앞에서 정하동 종점행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새터초등학교를 지나 동부우회도로에 도착한 버스기사가 "나 늦어서 바쁘니까 얼른 내려!"라며 하차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내려서 15~20분거리의 길을 걸어서 귀가했다는 것이다.

혼자 탑승해 있던 큰딸이 밤늦은 시간이라 무섭고 후미져서 혼자 못 간다고 하소연했지만 시내버스기사는 환불도 안 해 주고 하차를 재차 강요했다고 한다.

오씨는 "이번 한 번뿐이었다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고1, 중1인 두 딸 모두 몇 차례 이런 경우를 당했고, 마을주민들로부터도 가끔 이같은 일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도·감독권한이 있는 청주시는 철저한 진상파악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오씨가 주장하는 시간대 이 구간을 운행한 시내버스와 버스기사를 파악하는 한편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버스회사에 과태료(20만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 시간대 정하동종점으로 운행한 차량은 H운수 소속 시내버스 4대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차적은 운행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양이 하차를 강요당한 동부우회도로를 포함한 오근장동 일대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퇴근길 젊은 여성들을 15회나 성폭행한 장모씨(25)가 피해여성들을 물색했던 치안취약지대여서 재발방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업체의 자정노력 외에 이같은 중도하차요구를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하루 2700회를 운행하는 청주시내버스 전체의 운행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버스업체들에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시 외각지 종점에 시내버스 운행기록을 체크하는 단말기를 설치한다면 이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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