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과연 애를 낳을 수 있을까
박근혜는 과연 애를 낳을 수 있을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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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편집기획위원

2년전 꼭 이때쯤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MB가 경선 경쟁자인 박근혜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결혼도 안 한 여자", "애도 나아 보지 못한 여자"라며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가정경제와 교육문제를 놓고 서로 설전을 주고 받을 때다. 처녀()에게 이 정도의 말은 가히 과하고도 남는다.

MB와 박근혜의 사이가 다시 묘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주 청와대 회동 이후부터다. 국정의 동반자적인 보폭을 주문하는 MB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고 응수한 박근혜의 발언이 결정적 단초가 됐다. 이를 두고 언론마다 다양한 진단을 쏟아냈지만 정답은 본인들만 안다. 어쨌든 이를 기점으로 친이 친박 세력들이 조직 추스르기 경쟁이라도 벌이듯 서로 드러나게 움직이고 있다.

역시 MB에게 있어 정치적인 최대 변수는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아 보지 못한 박근혜다. 만약 박근혜가 돌아서면 한나라당의 안정과반수는 단번에 물건너간다. 박근혜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꽃놀이패도 없다. 입 꽉 다물고 가끔씩 선문답만을 주고받아도 당장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의 처신은 사실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집권초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목소리를 죽였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가 없는 행보가 지금까지 그녀의 일관된 자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와 그 추종자들이 미워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누구는 쪽박차기 일보직전인 국가경제를 살리느라 죽을 힘을 다하는데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옆으로 비켜 앉아 베짱이식 훈수만을 일삼는 박근혜가 미운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시각에선 그렇다. 이미 여러번 언론에 올랐지만 몇몇 역술가들은 MB와 박근혜에 대해 서로 체질적으로 도저히 융합할 수 없는 유전자를 가졌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그동안의 정치적 행태를 봐도 둘이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자수성가로 바닥부터 시작해 정점에 오른 MB와 대통령의 딸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수행한 로열패밀리 박근혜는 삶의 가치관부터 다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근혜는 자신을 '수첩공주'쯤으로 폄하하는 안티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탁월한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강 둔치로 뛰쳐 나가 운동화끈을 질끈 매고 당을 살렸고, 중요한 상황마다 들 때와 날 때를 분명히 가려 처신하는 것이 그렇다. 그의 승부근성은 아버지 박정희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터득한 통찰력의 산물로 봐야 한다. 명문가의 그늘에서 아쉬울 것 없이 성장했으면서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명에 보낼 수밖에 없는 권력의 냉혹함을 뼈저리게 목격하며 체화한 예지(叡智)의 발로일 수도 있다. 박근혜는 앞으로도 쉽게 나서거나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박근혜도 서서히 침묵을 깨야 할 시기가 왔다. 당내 이명박계의 시비 때문이 아니다.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달성을 위한다면 지금같은 처신으로는 언젠간 한계에 봉착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선호도 1위라는 현재의 몸가치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안주하라는 뜻이 아니라 더 만들어 가라는 민심의 계시로 봐야 옳다. 전자의 실패 사례는 과거 박찬종·이인제가 충분하게 보여줬다. 그들도 한때는 대통령 후보 1위로 꼽혔다.

정치는 어차피 끊임없는 추구를 원한다. 그것이 대권일 경우엔 지난한 투쟁은 필연적이다. "쟁점법안 처리에 있어 국민의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식의 공자님 말씀만으론 결코 긴 생명력을 보장받지 못한다. 차라리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거나 아니면 서로 DNA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MB를 확실하게 밀어주는 게 좋다. 그래야 한순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인정받는다.

정치의 지상과제는 정권창출이다. 정치인 박근혜가 과연 '정권'이라는 애를 낳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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