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단아함 닮은 겨울 철새
선비의 단아함 닮은 겨울 철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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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남아있던 1960년대만 해도 텃새인 황새는 왜가리와 함께 서식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천노원리 왜가리번식지도 황새와 왜가리가 함께 서식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들의 보금자리는 현대화의 물결에 조금씩 설 자리를 잃었고 1994년 마지막 황새가 숨을 거두며 우리나라에서 텃새 황새는 사라졌다. 그런가 하면 진천노원리 왜가리번식지는 천연기념물 지정지임에도 사유지였던 탓에 신씨 종중에서 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주변나무를 베어내는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가적 사업으로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농촌이 도시화될 수록 주변에서 사라져지는 황새와 진천노원리 왜가리번식지. 우리 고장의 조류 천연기념물로 그 의미와 가치를 탐방을 통해 살펴보았다.

황새

천연기념물 199호 1968년 5월30일 지정

황새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 분포하며, 겨울철에는 중국 동부와 우리나라에서 지낸다. 전 세계에 약 2000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종이다. 몸 크기는 1M 가령 되며, 머리와 온몸은 하얗고 눈 가장자리와 턱밑, 다리는 붉다.

하연 날개 깃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황새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조선 선비의 단아함을 닮았다.

한유한 농촌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황새는 금실 좋은 부부상으로, 우애와 화목의 상징으로 선조로부터 사랑받은 길조였다.

하지만 농촌사회가 붕괴되고 마구잡이로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텃새 황새는 1994년에 마지막 황새가 숨을 거두며 텃새 황새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사라진 황새에 대해 새롭게 불씨를 지핀 것은 1996년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에서 러시아와 독일에서 새끼와 어미 황새 각각 한 쌍을 들여오면서부터다.

박시룡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팀은 인공사육장을 조성해 황새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4월 황새 인공부화에 성공했고, 이듬해 자연번식에 성공하면서 현재 교원대 황새사육장에는 56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예전처럼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노니는 황새를 볼 수 없지만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수경 한국황새복원센터 연구원은 "충북 음성에서 번식하던 황새의 수컷이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고, 함께 살던 암컷도 1983년 서울대공원동물원으로 옮겨졌으나 1994년 수명을 다하고 죽은 것이 우리나라 마지막 황새였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천수만과 우포늪, 순천 등지에 적은 수의 황새가 겨울 철새로 날아오고 있을 뿐"이라고 들려줬다.

"황새는 일반 새와는 달리 유난히 몸집이 크면서도 순하다"는 김 연구원은 "어류나 곤충을 주로 먹고 3월경부터 아무르강과 중국 북부의 습지대에서 번식하며 날씨가 차가워지는 10월경 이동을 하게 되는데 두루미처럼 큰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 또는 몇 마리씩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황새복원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박시룡 한국황새복원센터 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황새 복원사업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되찾으려 노력의 하나다"면서 "그러나 현재 황새 마을 조성에 지자체가 소극적이어서 자연복원이 더뎌지고 있다"며 삶의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환경정책 부재에 아쉬움을 표했다.

멸종에서 다시 부활하게 된 황새는 이제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농촌 들녘을 가로지르며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낼 황새의 날갯짓을 기대해 본다.



땅주인은 자르고… 郡은 심고…

진천 노원리 왜가리번식지

천연기념물 13호 1962년 12월3일 지정

왜가리는 우리나라의 백로과 새들 중에서 제일 큰 새로 우리나라 전 지역에 걸쳐 번식하는 여름새이다. 3월과 5월 사이 번식을 위해 찾아와 여름을 난다. 등이 회색이며 가슴과 옆구리에 회색 줄무늬가 있어 회색신사로 불린다.

진천군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5가량 가다 보면 이월면이 나온다. 이곳에서 옛 황새 번식지였던 중산리를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가에 '천연기념물 왜가리번식지'를 알리는 표석이 보인다. 표지석 왼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노원리 마을이 나오는데, 마을 뒤편 야트막한 산 중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왜가리번식지이다.

식물과 달리 움직임이 자유로운 천연기념물인지라 탐방에 나선 때는 왜가리가 따뜻한 지역으로 날아가고 빈둥지만 남은 상태였다.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수백 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집단번식했다는 이곳은 그러나 입구에 덩그마니 서 있는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어수선했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듯한 나무가 있는가 하면, 물길이 지나는 둑 위로 새로 옮겨다심은 나무에 줄을 잡아맨 모습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반은 고사하고 반은 잎을 내고 있는 300년 된 은행나무는 커다란 줄기가 뚝뚝 잘려나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곳곳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잘려나갔는데 이는 땅주인이 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마구 베어버려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이인석 진천군 담당자는 "천연기념물이지만 개인 사유지여서 생긴 일"이라며 "군에서는 이후 주변에 나무를 심어 번식지를 조성 중이며 왜가리는 주변 숲으로 자리를 옮겨 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왜가리와 백로가 같이 번식지를 찾아오는데 지난해는 40여 쌍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면서 "왜가리 개체수 조사에서 1969년 64쌍, 1973년 40여쌍, 1992년 15쌍 정도가 관찰된 반면, 백로 번식개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왜가리서식지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3월경 번식지를 찾아와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에 보통 4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우는 왜가리는 어린 새끼가 하늘을 날 때까지 둥지를 떠나지 않아 강한 자식 본능을 보여준다.

회색코트를 입고 검은 머리 깃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회색신사 왜가리. 회색빛이 쓸쓸해 보이는 왜가리지만 올봄에는 더 많은 새가 번식지를 찾아와 사랑의 결실을 보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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