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유사수신행위 피해자의 전화
다단계 유사수신행위 피해자의 전화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11.12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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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일언
11일 밤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이 이수홍기자 맞지, 기자××들과 경찰들이 짝짜꿍이 돼서 경찰은 자기들 생색 내려고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기자××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투자금을 다 떼이게 됐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서산지역 다단계 유사수신 행위 투자 피해자의 전화였다.

지난 11일자 본보 3면 '2조원대 다단계 사기단 적발', '기업형 조직 첩보수사로 일망타진' 제하의 의료기 렌탈 사업 명목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미끼에 걸려든 투자자 피해에 대한 경찰 수사결과를 보도한 내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서산경찰서는 우리나라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 전국 최대 피해 규모인 피해자 3만여명이 2조원대의 피해를 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개가를 올렸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기업형 사기단의 미끼에 걸려들어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씩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사람은 무려 22억원의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서산지역만 해도 피해자들은 1000여명, 피해규모는 341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농촌지역이나 노년층이 주 피해 계층이었다.

이들 기업형 사기단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투자자들에게 "경찰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은 투자금을 주지 않겠다"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면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회유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사기단 몸통은 종적을 감췄다.

이날 수사결과에서 밝혀졌듯이 경찰의 수사가 없었다면 전국의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었다. 이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종적을 감춘 사기단의 말을 아직까지도 믿고 있는 순진한 투자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사기집단의 달콤한 미끼에 상당부분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답답하다.

경제가 말이 아니다. 살기 힘들때 독버섯처럼 고개를 드는 것이 사기집단의 태동이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다단계 판매방식의 각종 사업에 대해서는 한번쯤 의심해보고 꼼꼼히 따져보는 생활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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