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회복지
위기의 사회복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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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행동하는 복지연합 공동대표·신부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몸담아 온 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사회복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좋은 일좀 하자 하고 시작했다. 또한 만나는 사람들도 사회복지 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참 좋은 일 많이 하시네요."라며 인사하기에 나는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한두 해 사회복지 현장에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좋은 마음만 가지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사회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확보한 자원을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배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만 했다. 사회복지는 쓸데없는 소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투자임을 역설해야 했고, 내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여 참된 지역사회복지를 이루기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아야만 했다.

되돌아보면 사회복지는 분명 좋은 일이요, 따라서 좋은 마음을 가져야만 수행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사람을 다루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좋은 마음만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가치관과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만 하는 전문적인 영역인 것이다. 즉 사람을 목적으로 생각해야지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는 가치있는 일이며 이와 더불어 지식과 기술을 겸비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문성은 사회복지 분야만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즉 의사가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고 돌보아야 하듯 사회복지 역시 대상자들을 존엄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의 사회복지 현실은 대상자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의 노인복지는 어떻게 하면 노인들의 남은 생애를 행복하게 해 드릴까 고민해 왔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은 더 이상 목적이 아닌 장기요양보호기관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렸다. 가능하면 1등급의 노인을 확보해야 하고, 반면 2∼3등급의 노인은 회피해야하며, 직원의 인건비는 줄여야만 생존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노인복지 시설들은 그동안 보호하고 있던 노인들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그동안 함께 일 했던 직원들에게는 재계약을 통해 일률적인 인건비 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잘못된 제도의 개선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새 제도에 적응해서 생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자연 세계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다. 잘못된 제도에 적응하는 비굴한 생존보다는 제도의 개선을 통한 당당한 생존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회복지의 현실은 분명 위기다. 하지만 사회복지의 위기는 곧 사회복지의 신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함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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