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자치단체장이 오래간다
겸손한 자치단체장이 오래간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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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요즘들어 차기 지방선거 얘기가 부쩍 많아졌다. 정확하게 추석연휴 이후부터다. 주변에 출마여부를 조심스럽게 타진하는가 하면, 벌써 발품을 파는 인사들까지 생겼다. 지역 정당의 분위기는 더 노골적이다. 모든 역학관계가 다음번 지방선거와 곧바로 맞물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직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이고 새롭게 뜻을 세운 사람들조차 당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하기사 1년8개월 밖에 안 남았으니 이것저것 감안하면 이미 선거전은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눈여겨 볼 것이 하나 있다. 현직 자치단체장들의 처세다. 그동안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자치단체장들도 지금부터는 몸을 사린다. 이는 본인의 계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주변의 분위기가 먼저 그렇게 돌아간다. 강한 모습으로 비쳐진 자치단체장일수록 이 때쯤 되면 힘이 더 빠진다.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선출직의 말기증세, 레임덕 현상은 한순간에 찾아온다. 그동안을 되돌아 봐도 임기 초에 갑자기 주어진 힘을 주체 못하고 요란벅적한 리더십을 행사한 자치단체장일수록 대부분 단명했다는 사실은 좋은 사례가 된다.

충북의 민선 4기 자치단체장들은 한마디로 '강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념보다는 외형의 스타일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시끄러웠다. 강한 추진력을 탓하는게 아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이른바 독선과 아집이 특히 심했다. 오죽하면 지방자치가 아니라 누구누구 공화국만 있었다는 냉소마저 나오겠는가.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힘은 막강하다. 적어도 자신이 거느리는 조직 안에선 견제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도취해 매 순간 목소리를 높이고 구성원들을 장악했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방통행이 점점 더 어렵게 된다. 아마도 본인의 입에서 조만간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이 저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은 리더십의 문제다. 단순히 상하관계나 주종(主從)에 의한 조직 장악은 선출직들의 임기 말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힘에 의한 물리적인 복종은 늘 괴리감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거리감은 언제든지 배반이나 배신으로 돌변한다. 현직의 자치단체장들이 꼭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그를 뽑아준 유권자들은 4년동안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지 통째로 내준 건 절대 아니다.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힘과 추진력은 그를 선출한 사람들의 공감과 이해에 근거하는 것이지 결코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를 간과하고 어깨에 힘을 잔뜩 넣은 채 지난 2년간 호령한 '인물' 들이 있다. 지금부터는 그들의 임기말년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리더들이 즐겨 사용하는 조직관리 비법이 있다. 강 온 전략을 적절히 섞어 구사한다는 것이다. 풀어줬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조이는 이른바 쥐락펴락을 반복하며 조직을 장악한다. 이때 상호간 믿음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자칫하다간 말 그대로 서로가 '통박'을 굴리는 형편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성공한 리더들은 어느 순간에도 부하직원 등 상대에 대한 믿음을 철저하게 유지하려 한다. 그래야 그 상대도 근본적인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야구 월드컵에서 한국 야구가 종주국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주목을 받을 당시 김인식 감독이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는 바로 이런 리더십 때문이다. 책으로까지 나온 '김인식 리더십'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동네 아저씨같은 겸손으로 풀어낸 것이다.

가정에서도 시어머니의 대가 세면 며느리는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장작불이 너무 세면 정작 고구마는 익지 않고 타버리게 마련이다. 골프에서 장타를 때리려면 우선 팔과 어깨의 힘부터 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좀 경제를 안다"고 입버릇처럼 내세웠다가 지금 나라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불멸의 수호천사인 조중동으로부터도 "건설회사 경제와 국가경제는 다르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가 힘만 믿고 겸손하지 못한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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