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문백전선 이상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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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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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15>
글 리징 이 상 훈

"자네가 어떻게 왕비님 처소까지 들어갈 수 있겠나"

대정은 이렇게 말하고는 예쁘고 젊은 여인이 아름다운 자기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제자리에서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보였다.

"나 원 참!"

장산은 대정의 이런 짓거리를 보고 너무나 기가 막힌 듯 말조차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원래 이 친구가 변태인 줄은 장산이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밤과 낮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이토록 심한 변태일 줄이야.

"어찌 되었는가 나와 수신 왕비를 아름답게 한 몸으로 엮어주려는 그 일 말일세."

대정이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장산에게 물어왔다.

"자네, 옷이나 제대로 갈아입고 나서 얘기합세나.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뭐 두 쪽 차고 있는 것이 남부끄럽지도 않나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내가 지금 외간 여자와 눈이 맞아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줄로 오해하겠어."

"허허. 그럼 내가 요점만 얼른 말하고 가겠네. 장산! 요즘 세상이 너무나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이 번 일을 되도록 빨리 서두르는 것이 어떠한가 웬일인지 요즘 내 꿈속에 죽은 아내가 자꾸만 나타나서 나를 엄청 괴롭혀주고 있다네. 어서 빨리 자기(아내)랑 판박이처럼 꼭 닮은 수신 왕비와 내가 걸쭉하게 일을 한 판 벌이라고 말이야. 그것만이 지하에서 잠자고 있는 자기 맘을 포근하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라나."

대정은 자기 딴엔 무척이나 심각한 듯 한숨까지 푹푹 몰아내 쉬며 말했지만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그가 하는 말처럼 허황된 것도 별로 없을 듯싶었다. 세상에 자기 남편이 오입하는 걸 은근히 부추겨 주고 이를 지켜보며 지하에서 마음 편히 지낼 고인(故人)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그런데 말이야. 사실 그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장산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다시 말했다.

"어허! 어려운 일이 아니고 쉬운 일이라면 내가 왜 굳이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겠는가 어려운 일이라면 되도록 노력을 해봐야지. 어쨌거나 이 약재(藥材)를 가져다가 왕비님께서 잡수시는 차(茶) 주전자 속에 손톱 크기만큼 살짝 떼어 넣어보라니까. 이걸 타 넣은 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왕비고 나발이고 간에 암컷으로 태어난 이상 어디가 갑자기 근질거리고 벌렁거려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다니까. 그때 내가 가죽몽둥이 한 개만 달랑 가지고 나타나서 적당히 흔들어 보

이기만 하면 그걸로 만사(萬事)는 간단히 끝나게 될 걸세."

대정은 이렇게 말하며 저고리 품속에서 조그만 약주머니를 꺼내 들어 보였다.

"글쎄 그게 어디 자네가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되는 일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별 볼일 없는 자네가 어떻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왕비님의 처소 안까지 들어올 수 있겠느냐 하는 거야."

장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허! 장산 자네는 왕비님을 직접 모시고 있는 호위무관이 아닌가 그런 지위를 갖고 있는 자네가 어찌 그런 사소하고도 간단한 일 하나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인가"

대정이 퍽 의아스런 표정을 지으며 장산에게 다시 물었다.

"이보게 대정!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네. 어찌 나 하나만 귀하신 왕비님을 지키고 있겠는가 나 이외에 무술로 단련된 십 수 명의 호위무사들이 교대로 번갈아가며 밤낮으로 왕비님 처소를 에워싸고 있다네. 그러니 자네가 무슨 수를 써가지고 왕비님 처소 안에까지 요행히 들어왔다 치더라도 아무 탈 없이 그런 일을 조용히 끝낼 수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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