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베네토인들의 지혜
<144> 베네토인들의 지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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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산마르코 선착장에서 바라본 산타마리아 성당.
땀· 의지로 만든 해상왕국 감동

1500년 전 갈대 무성 소택지 섬과 섬 연결 해양도시 건설

성수기 호텔 가격 20∼30% ↑…산타루치아 역 주변 추천

베네치아는 좁은 섬으로 토지가 한정돼 있는데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이탈리아에서도 호텔요금이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섬 안 곳곳에 호텔이 산재해 있지만 산타루치아역 주변에 모여 있는 호텔들이 비교적 값이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역 앞에서 왼쪽으로 들어간 리스타 디 스피냐거리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산 레오나르도거리에 있는 크고 작은 30여개의 호텔들이 있으며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 갈수록 값이 싸진다. 도심에 들어가서는 산 마르코광장 북측으로 리아르트다리로 통하는 길로 가는 서쪽 아카데미아다리로 통하는 길가에는 호텔들이 많이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관광객이 많으므로 밤늦게 도착하면 숙소를 잡기가 어렵다. 성수기에는 산타루치아역에서 한 정거장 전인 베네치아 메스트레(Mestre)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열차를 이용하면 베네치아 보다 20%의 숙박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베네치아는 성수기에 해당하는 4∼10월, 12월 21일부터 1월 2일 사이에는 20∼30%의 객실요금이 비싸지기도 한다.
산마르코 광장.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베네치아만큼 독특한 전경과 분위기를 가진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500여 년 전 바다 위 여기 저기 갈대만 앙상하게 자라고 있던 소택지에 인간의 땀과 의지로 만든 도시 베네치아는 인간생존의 한계와 집념의 산물을 보여주는 역사의 무대이기도하다. 서기 452년 훈족의 침략으로 남하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게 된 베네토 지방의 사람들이 갈대로 덮여 있는 이곳에 와서 느낀 좌절과 절망감을 상상해 보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버려진 바닷가의 쓸모없는 소택지의 섬과 섬들을 연결하고 간석지 사이의 물이 흐르고 있는 부분의 가장 깊은 곳만 남기고 해안가 양안에 나무 말뚝이나 석재로 다져서, 인류가 이제까지 가져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해양도시를 건설했다. 베네토인들에게 남겨진 것 이라곤 갈대와 소금과 바다의 물고기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육지의 땅에서 나오는 곡물대신에 바다로 진출하여 교역을 함으로써 해양국가의 기틀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과 교역을 추진함으로써 해상강국으로 부상하고 르네상스를 여는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그들은 국가의 수장은 최고의 결정권을 가진 도제가 되지만 정부를 군주국화 하지 않기 위해 도제를 견제할 여러 가지 의회 제도를 만들어 공화국을 통치하는 균형 잡힌 정치제도를 만들었던 도시국가이다. 베네토인들의 삶을 향한 열망과 예술혼이 담긴 1500년의 고도 베네치아는 한 번 방문한 이들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의 도시가 될 것이다.
산타루치아 역.

비록 산타 루치아역에서 하루 밤 노숙하면서 숙소 구하기의 어려움을 실감했지만 어쩌면 지상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중국 항저우 사람들은 시후(西湖)에 제방을 쌓고 호수 가운데 진흙을 파서 쌓아 조그만 인공 섬을 만들고 섬 안에 연못을 만들고 배를 띠우고 풍류를 노래한 호수정원을 조성했다면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 바닷가의 갈대와 섬들이 모여 있는 석호에 아름답고 예술적인 교역도시를 건설했다.

시후의 호수정원은 베네치아의 바다 도시 정원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 시후는 비네치아의 어느 섬 골목길 정도의 수로에 해당될 것이다. 바다를 도시의 정원과 예술의 광장으로 만든 베네토인들의 경이로운 의지와 창조적인 능력은 결코 잊혀 질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서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성당.

◈ 롬바르디아 대평원의 州都 밀라노

오후 4시 20분 로마행 기차에 올랐다. 베네치아가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자 운하와 수로가 가득한 도시의 골목길과 함께 아침식사를 나누던 비둘기 떼들과 참새마저 가슴 한 구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베네치아여 영원 하라!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창밖으로 던지며 말없이 손을 흔들어 보았다.

베네치아에서부터는 수목과 평야가 지속됐다. 오후 6시 푸르고 넓은 평야가 계속된다. 야트막한 언덕과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 위에 잘 자란 나무숲과 농원, 옥수수 밭, 과수원이 이어지고 있다. 북부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대평원을 바라보면서 세계를 호령하던 로마제국의 기름진 영토가 결코 작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도에서 보았던 이탈리아 반도와 기차를 타고 경험하는 롬바르디아 대평원의 기름진 들판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세계를 호령하고 제국을 유지할 수 있게 한 배후지로써 방대한 곡창지대가 있었기에 로마제국이 가능했을 것이다.

베네치아를 방문하고 다음 방문지로 선정한 곳이 패션의 도시 밀라노이다. 밀라노의 문화유적과 패션의 거리를 답사한 후 피렌체에서 하루 밤을 묵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방문할 수가 없었다. 다음 해 여름 유럽을 돌아 알프스 산맥을 버스로 넘으며 스위스의 마지막 도시 루가노를 지나 그 뜻을 이루게 됐다. 강릉 대관령 보다 더 가파르고 꾸불꾸불한 산길을 돌아 계곡과 폭포와 호수와 숲으로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의 장관을 경험하며 광활한 롬바르디아의 평원과 밀라노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밀라노의 교통수단은 지하철과 시내버스. 시가전차인 트램과 트롤리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밀라노의 8개 역 중 국제열차나 이탈리아 국내 각지로부터 들어오는 주요 열차는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한다. 밀라노 유적의 하이라이트인 두오모 성당과 광장은 중앙역에서 여유 있게 걸어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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