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문제다
핸드폰이 문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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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핸드폰이 문제다. 한국인과 핸드폰은 무척 특별한 관계다. 광속도를 지향하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소통되지 않으면 조급하여 견디지 못한다. 이것을 한국인의 조급성 또는 한국인의 속도감 등으로 이해할 수 있거니와 무시로 핸드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흥미로운 분석의 대상이다. 한국사회는 동질성 지향의 사회이기 때문에 자기와 타자를 동일한 주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곧 세상이고 타자가 곧 자기라는 무의식 속에서 무시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거울이 필요하다. 정신분석학에서 거울은 눈이라는 생물학적 인지를 넘어서서 마음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인지를 가능케 하는 도구이자 과정이다.

거울단계(mirror stage)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 Lacan)이 창안한 개념이다. 라캉은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유아가 거울단계를 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기와 세상을 구분하지 못하던 유아는 거울단계에 이르러 자기(ego)를 인지한다. 거울을 본 유아는 거울 속에서 어른거리는 수상한 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그 순간이 바로 자기 발견의 순간이다. 그것은 또한 고독한 인간의 길을 가는 최초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여 유아는 자기와 타자를 구분하며 자기와 세상을 나누고 또 자신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아(self)라는 주체를 인식한다. 이 거울단계를 통하여 세상에는 자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친다. 그리고 타자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학습한다. 그런데 거울단계를 지나고서도 여전히 유아기 의식에 머무르는 어른이 많다.

마음속에 타자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바로 무시로 핸드폰 받기, 끼어들기,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쉽게 화내기, 미안하다고 말을 하지 않기, 혼자서 오래 이야기하기 등이다. 한국인들은 식사를 하면서 핸드폰을 받는다. 회의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받고 대화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받는다. 교실이나 버스나 전철 등 공공장소에서도 별 거리낌이 없이 핸드폰을 받는다. 예외적인 경우 즉, 무척 급한 상황이라든가, 의사 경찰 언론인 등 긴급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또는 약속이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받는 것은 괜찮다. 핸드폰을 받더라도 조심스럽게 조용히 그리고 간단하게 끝내는 정도만 해도 그 사람의 공력(功力)은 가볍지 않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대화, 식사, 회의, 학습을 하면서도 거리낌없이 보통 목소리로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한다.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례함이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조절불능이며 신뢰성이 부족하고 예의가 없는 행위다. 눈으로 사람을 보기는 하지만 마음으로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면 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도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事案)이 아니다.

아무때나 핸드폰을 받는 등 주위가 산만한 사람은 안정감이 없다. 아무때나 핸드폰을 받는 사람은 타자를 무시하는 오만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신뢰할 수는 없다. 또한 핸드폰을 들고 황급히 등을 보이면서 나가는 사람을 평범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기화된 타자, 자기화된 상대만 있을 뿐 자기와 동등한 주체로서의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자기만의 공간으로 잘못 설정한 다음에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을 받는 것이다. 핸드폰을 받는 것은 결국 존재론적인 문제이고 자기규율의 문제이며 자기조절의 문제이다. 전화음이 울릴 때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고 과감하게 받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용감한 사람이다. 참으로 어렵지만 이제 한국인들은 핸드폰을 아무때나 사용하는 감성적 불안정을 극복해야 한다. 전화가 오더라도 핸드폰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이미 그는 세상과 조화를 이룬 사람이고 타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을 가진 현자(賢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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