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Show'를 하라
'생각대로' 'Show'를 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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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1847∼1922))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스코틀랜드 태생 미국의 청각과학자로 기록돼 있다.

'청각장애인의 아버지'로 칭송받기도 했던 벨이 음성언어의 소통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류에 혁신적으로 이바지했다는 점은 일견 아이러니컬하다.

전화는 사람과 사람의 의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간의 생각과 뜻을 이어줌으로써 소통에 기여한다.

그 후, 사람들의 생각은 더 넓어졌고 나누어야 할 정보는 더 많아졌으며, 복잡한 만큼 확인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소통은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속칭 '삐삐'라고 불리던 무선호출기의 등장은 소통의 속도를 배가시켜야 한다는 욕망의 산물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 서두르게 됐다.

그 때만해도 그럭저럭 견디어 낼 만 했다.

'삐삐'는 아직 쌍방향 형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의사전달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등장은 이러한 한계를 단숨에 극복시켰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일인가!

늘 품속에 지니고 다니다가 고운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면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고,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척 불러대면 어느 때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완벽한 소통.

게다가 언어는 물론 글자와 그림까지 덤으로 이루어지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급기야 한 때는 어느 휴대전화 광고에서 바람 가득한 대 숲에서 스님과 만난 잘 생긴 영화배우가 "낯선 곳에 있을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며 기고만장한 역설을 강조하기도 했으니.

그로부터 휴대전화는 사람들에게서 여유와 한가로움을 빼앗아 가버린 또 다른 문명의 이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더 나아가 휴대전화는 이제 잠시라도 곁에 있지 않으면, 그리고 아무 소식도 없으면 불안해지는 지경이 돼 버리며 사람들을 옥조이고 있다.

휴대전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소통을 위한 장치라는 점이다.

일찍이 니체는 글쓰기 도구는 단순히 도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 가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음성언어와 문자, 그림으로까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추구하는 휴대전화는 이제 뉴미디어의 총아일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매체가 되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해 사람들은 유비쿼터스(Ubiquitous 모든 곳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의 희망을 말하며, 휴대전화를 통해 사람들은 영상으로써의 실체를 확인한다.

그런 휴대전화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Show'를 하라며 세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간에)'생각대로 하면 되고'를 강조하면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발칙함을 권유한다.

물론 광고는 제품가치와 가격, 경쟁, 소비자의 수요와 선택에 미치는 영향 등의 경제적 측면과 문화와 언어, 물질주의에 미치는 효과 등 사회적 기능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과 막대한 기술 및 자본을 토대로 진화를 거듭하는 휴대전화가 이처럼 'Show'나 하는 가식성과 '생각대로 하면 (무조건)되는' 가벼움으로 치부되기만 하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허나 어쩌랴, 이미 시대는 휴대전화가 놀이의 도구가 되고, 윤리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보다는 즐거움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다만 휴대전화의 시대에 국민과의 소통 역시도 '생각대로' 'Show'를 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싶다.

치고 받고는 이종격투기에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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