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농민 박운식과 부군수 김화진
영동농민 박운식과 부군수 김화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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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작가회의 회장>

논농사를 잘하면 1년에 60만원쯤 벌고 잘못하면 30만원쯤 번다고 말했다. 난감해 하는 나를 소처럼 순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는 영동농민 박운식이었다. 소박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소리가 주업(主業)은 영동의 특산물인 포도농사라고 했다. 1년에 6000상자 정도를 수확하는데 출하할 때면 1상자에 8000원 정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렇다면 4800만원의 수입이 되는 것이니 그 정도면 괜찮겠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여전히 끄먹이는 검은 소의 눈을 하던 박운식은 전기료, 유류대금, 유통비용 등 제반 경비를 제외하면 아내와 열심히 노동을 해서 1년에 20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했다. 겸연쩍은 나는 복숭아나무도 오십 주 있고 감나무도 두그루 있으며 여시골 논다랑이도 있으니 그럭저럭 한세상 살겠다고 안도했다. 그러자 박운식은 또다시 검은 소의 눈을 하고서는 그렇게만 되면 좋으련만 포도를 수확할 때까지 처음 몇년은 기다려야 하고 또 2002년처럼 홍수(洪水)로 다 날려버리는 수도 있으며 포도값이 폭락해서 차라리 베어 버리고 싶은 해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영동농민 박운식의 생존현실이다.

엊그제 무슨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그것은 충북도청 문화정책과의 김화진 과장께서 7월1일 영동부군수로 부임한다는 것이다. 장부(丈夫)다운 기질, 너그러운 도량, 치밀한 업무추진 능력으로 정평이 있는 김화진 부군수의 부임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정구복 영동군수께서도 신임 부군수가 소신을 가지고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군수께서 강조하는 것과 같이 난계국악단과 영동대학이 있는 충북 땅 영동은 전라 경상 충청의 접경이면서 산자수려한 지역이고 또 감, 포도, 사과, 배 등 고품질의 과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의 성지다. 우리는 김화진 부군수가 '금강의 비단물결이 굽이쳐 흐르고 발 닿는 곳마다 절경으로 둘러싸인 천혜명승의 예향이며 충효의 근간을 이루어 온 학문 숭상 문향' 영동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청컨대 부군수께서 부임하거든 제일 먼저 황간면에 사는 농민 박운식을 찾아가시기 바란다. 가서, 현실을 확인하고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하시라. 그러면 세상에는 돈이나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박운식과 같은 사람만 있다면 세상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은 그는 영동농민이지만 아름다운 시를 쓰는 저명한 시인이기도 하다.

최근 정몽준 의원은 버스요금이 얼마일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70원쯤 한다고 대답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그 기발한 질문을 한 사람은 역시 현실을 잘 모를 것 같은 강남출신 공성진 의원이다. 서울 부자들끼리 하는 엉터리 설전(舌戰)에 서민들은 기가 막히거니와 이런 사람들은 모두 영동농민 박운식에게 가서 인생을 배워야 한다. 정이나 공이나 똑같은 부자의원들이 소란은 하다만 세상사람들은 박운식과 같이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농민을 더 존경한다. 그런 뜻에서 김화진 부군수께서는 정구복 군수를 모시고 황간 농민 박운식에게 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시를 읽어 보시라.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가며 /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 괭이질해서 만든 논이다 //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 꽃이 피고 새가 울고 / 아픈 세월 논다랑이 집 삼아 살아왔다 / 서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묵히지 마라 / 둘째 다랑이 찬물받이 벼는 어떠냐 / 다섯째 다랑이 중간쯤 큰 돌 박혔다 / 부디 보습날 조심하거라 // 자주자주 논밭에 가보아라 / 주인의 발소리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 거동조차 못하시어 누워 계셔도 / 눈 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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