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부지사
이승훈 부지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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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예총 고문>

이승훈 충북부지사의 취임을 축하드린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과 축하 그리고 기대와 희망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공직에 입문한 부지사께서는 풍부한 행정경험, 치밀한 업무추진 능력, 세계화의 시대에 걸맞는 국제 감각 그리고 연륜과 성실성을 갖춘 충북부지사의 적임자로 향후 충북도정을 잘 이끌 것으로 믿는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취임사에 과장과 과잉의 표현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부지사는 충북이 자신의 고향임을 누차에 걸쳐 강조했다. '이승훈 부지사는 충북 출신'이라는 의미의 현수막도 등장했다. '부족한 저에게 고향을 위한 영광된 자리'와 같은 표현은 수사학적으로는 과장이고 논리적으로는 오류다. 이승훈 부지사의 고향은 충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실 관계를 말하자면 충북은 부친의 고향인 동시에 청년 이승훈이 잠시 근무했던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강조한다는 것은 봉건 가부장제 전통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며 충북이라는 배타적 동질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과거지향적이다.

고향을 강조하는 부지사는 스스로 유능한 관료이기에 초빙된 것이 아니라 고향에 수동적으로 호명(interpellation)된 것으로 인식했다. 부지사께서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왜 이런 과잉표현이 등장했는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려항(閭巷)에서는 정우택 지사께서 충북의 인물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바로 이 비판이 신임부지사로 하여금 '고향'을 강조하게 만든 원인이었던 것이니 부지사 취임사의 '고향'이라는 과장된 표현이 등장한 책임은 비판의 주체인 충북 시민들에게 있다. 지역 사람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 지역을 배타적으로 몰고 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우리는 충북인들이 가지고 있는 배타성과 폐쇄성의 일단을 이 사안(事案)에서 목도하면서 그런 배타성과 폐쇄성은 극복되어야 하는 구시대의 유물임을 강조하고 싶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승훈 부지사는 정무부지사라는 사실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부지사께서는 정무(政務)에 충실하기 바란다. 왜 이런 불필요한 당부를 하는가 현재 충청북도 도청과 청주 시청은 시민단체가 청구한 감사문제로 결전(決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무부지사의 역할은 바로 이런 때 발휘되어야 한다. 2007년 봄, 충북도청과 시민단체간에 소통이 되지 않아서 양측 모두 곤란을 겪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정우택 지사께서는 모든 것은 '소통'이 문제라고 적확히 지적했다. 그것은 촛불시위로 드러난 대통령과 국민의 불통(不通)을 보고 '내가 대통령 같으면 저런 불통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셈인데 이것은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원대한 발화다.

그토록 명철한 지사께서 왜 청주시청과는 소통하지 못하는 것인가.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나 소통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열 개도 넘겠지만 행정조직간에 불통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럴 때 정무부지사가 소통의 가교를 놓아야 한다. 아마 정 지사께서도 촛불정국을 보고 경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깊이 인식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결정론, 경제우선주의, 경제절대주의, 경제환원론이 어마어마한 문제를 야기(惹起)시켰고 오히려 경제정책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 되어 버렸다. 국정도 그렇지만 도정(道政) 역시 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한 부분에 치중하여 총체적 균형을 상실하게 되면 치중한 부분도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소통의 막중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이승훈 정무부지사께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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