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입니다. 눈물입니다.
촛불입니다. 눈물입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3 2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라고 쓰면 흥얼거리지 않고 읽기만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1924년 발표된 윤극영의 동요 '반달'은 식민지시절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로 구성된 서정적 가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선율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암울한 식민지시절 은하수를 가로지르던 쪽배는 한참의 세월을 거쳐 이제 21세기 광화문 한 복판의 철옹성에 막혀 갈 곳을 몰라합니다.

그날의 촛불은 아름다웠고 그날 지상으로 내려온 은하수는 자유와 평화였습니다.

물결처럼 넘실대는 보통의 시민들의 가슴은 촛불처럼 뜨거웠으며, 촛불처럼 눈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막힘을 싫어했으며, 사람들은 또 서로를 사랑하면서 고마워하고 미안해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엄연한 진리를 열창했고 절대로 폭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촛불은 문화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그리고 유모차와 만삭의 어머니로부터 예비군복까지 언제 우리가 이처럼 계층과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이룬적이 있습니까.

언제 우리가 광화문거리 한 복판에서 철옹성에 좌절하며 통한의 밤을 보내며 눈물 흘린적이 있으며, 언제 우리가 서로에게 미안해하며 희망을 함께 나눈 일들이 그리 많았습니까.

잇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속편하게 불안해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일이 어찌 굶주린 북한 주민들만의 소망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다시 생겼으면 싶습니다.

설설 끓는 가마솥의 뽀얀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며 선농단에서 친경(親耕임금이 친히 전답을 가는 의식)으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실천하던 아름다움을 길이 기억하고 싶은 게 시민의 마음입니다.

쇠머리와 쇠족, 쇠고기, 뼈, 내장을 모두 함께 넣고 푹 고아 후루룩 먹으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기며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품던 일이 한국인의 마음입니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이런 서민들의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위협하고 자식과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1987년의 6월은 뜨거웠으며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격렬했고, 격렬했으며 피와 땀이 뒤엉키는 희생도 있었습니다.

다시 광화문 거리, 푸르른 마음들이 은하수를 지상에 펼쳐놓은 촛불들은 저항은 하되 평화적입니다.

모이는 촛불은 그대로 하나의 그림이 되고, 모여든 촛불로 새로운 문화가 잉태되는 축제가 되어 파도처럼 넘실대면서 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가슴이 아리면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던 2008년 6월10일이었습니다.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자제되면서 생명을 이야기하는 촛불은 눈물입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 은하수'를 만드는 시민의 마음은 광화문거리를 넘실대는 '하얀 쪽배'입니다.

휴대전화 문자로 소통하고 인터넷으로 교류하는 디지털과 거리의 만남에서 촛불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나눔으로 이제 촛불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촛불보다 훨씬 밝은 희망으로 천지가 환하게 밝혀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