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됐습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6.11 0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제21주년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청주 명암교회에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대표하는 성직자 20여명이 모였다.

광우병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비상시국선언문 발표를 위해 모인 이들 손에는 목탁과 성경 대신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이 쥐어져 있었다.

산속에서 벽면수도하던 스님도, 강론 준비에 바쁜 신부님과 목사님 등 종파가 다른 이들 성직자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왜 이렇게 됐습니까'라는 말로 담화 서두를 꺼냈다.

청주불교수도원 원장 설곡 스님은 '제일 잘 다스리는 것은 다스리지 않는 것이다'는 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 파괴를 위한 파괴보다는 국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종교인들이 나설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곽동철 옥천성당 신부는 "스님이 산에서 내려오고, 신부가 성당을 비울 수 밖에 없는 시국이 개탄스럽다"며 "성직자들이 내는 목소리가 모기 소리에 불과해도 종교인의 양심을 갖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성직자들 가운데 육식이 허용되지 않는 스님들의 경우 '수입 쇠고기' 자체가 어찌보면 '돼지 목의 진주'처럼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한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촛불 문화제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의 꼿꼿한 태도를 스님들이 따라한다 해도 누가 뭐라겠는가.

그러나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이 살아있는 그들은 목탁을 잠시 내려놓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시국선언문 자리에 동참했다. 100일 전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새 정부의 초심이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