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과 거짓말의 구분
참말과 거짓말의 구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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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모충동천주교회 주임신부>

요즈음 들어 어느 말이 참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특히 상반된 주장을 할 때 한쪽이 참이면 다른 한쪽은 거짓이어야 하는데 참, 거짓도 밝혀지지 않은채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있어서 광우병 위험에 대한 주장도 그렇고, 쇠고기 수입과 FTA의 연계부분도 그렇고, 협상을 주도한 주무부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말도 그렇다. 10문10답의 공방을 벌였지만 정부쪽은 괴담이라 하고 시민사회단체는 과학적 근거를 들어 진실이라 한다. 재협상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한쪽은 재협상만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FTA도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오바마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하지 말라며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쇠고기 협상마저 아무소리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쇠고기 협상이었다면 분명 잘못된 일인데 왜 책임을 지는 공직자는 없는지도 의문스럽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의 비자금 특검때도 그랬다. 특검의 결과처럼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 일가가 책임질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 거짓말로 혹세무민한 것은 김용철 변호사나 정의구현 사제단일 텐데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을 봐주기 위해 무혐의 처분은 했지만 일말의 양심은 있기에 차마 진실을 말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기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사업은 왜 그렇게 밀어붙이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이 지키기를 원하는 공약은 뒤로 미루고 반대하는 공약만 우선순위에 두어 내세우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인지 정말 되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혼란의 원인을 소통의 부재로 돌린 적이 있다. 그러나 소통은 일방적인 정부의 대국민 홍보만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는 쌍방적인 것임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참말과 거짓말을 구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거짓말은 진실이라는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실의 탈을 써도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통을 잘 하려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한두번은 속을 수 있지만 반복하면 참된 말도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참말과 거짓말을 구분할 수 없을 때는 말을 하는 사람이 그 말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게 되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얻어지는 이득이 크면 클수록 그 말은 거짓말이기 쉽다. 하지만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면서 아니 그 말로 인해 오히려 많은 손해나 고통을 당할 줄 알면서도 하는 말이라면 참된 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물론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신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신념을 위해 몸 바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그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리로 나서는 시민사회단체를 용공이나 반미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어린학생들의 배후에 누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기보다는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정부의 태도가 훨씬 더 실용적이라는 필자의 주장을 논리의 비약으로 몰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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