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81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밥 밥 “존재의 소중함은 부재일 때 느낄 수 있다.”이 문구가 왜 그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걸까.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뵐 수도 없다는 생각에서 일까.언제든 찾아가면 밝게 웃어주시던 어머니였다. 언제나 내 곁에 영원히 계실 줄 알았다. 그런데 이별은 예고도 없이 세월이라는 시간과 함께 그렇게 들이닥쳤다. 서로 마음을 정리도 하지 못하게 말이다. 그래도 어머니가 떠나시고 몇 년을 잘살아왔는데 오늘은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요즘은 별식이라고 하는 나물죽이 어린 시절 나는 정말 싫었다. 쌀은 보일까 말까 하고 나물만 잔뜩 넣은 죽을 여름이면 거의 매일 먹다시피 했다.어쩌다 비빔밥을 해 주시던 날이 있었다. 그때도 물론 나물이 밥을 덮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죽이 아닌 보리밥이라 그런지 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수필가> | 2017-07-18 17:42 가시 가시 낡은 의자의 나무 쪼가리가 내 손을 뚫고 들어갔다. 아이들 앞이라 아프다 소리도 못한다. 손바닥을 보니 가운뎃손가락 마디 안쪽으로 꽤 길게 박혀 있었다. 수업을 끝내고 뺄 요량으로 그냥 두기로 했다.하지만 손가락이 접힐 때마다 통증으로 인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들어가 가시를 빼려 했지만 깊게 박힌 가시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깊게 박힌 가시는 온종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일을 마치고 저녁내 내 가시를 빼려 안간힘을 썼다. 가시를 빼내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드디어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가시가 빠져나온 순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큰 딸아이가 자신도 발바닥에 가 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수필가> | 2017-07-04 19:51 인연의 덫 인연의 덫 인연 중에 부부로 만나는 일은 자식과 부모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든 관계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인연은 좋은 만남일 수도 나쁜 만남일 수도 있다.불교에서 인연은 직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연(緣)을 구별한다.즉 나무를 전체의 인연으로 본다면, 인은 나무의 씨앗이고, 연은 씨앗을 키운 햇빛·공기·수분·온도라는 것이다. 때문에 인연이란 노력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부부의 인연 또한 서로의 노력으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관계가 악화하고 이혼을 하거나 서로 증오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해혼, 졸혼, 휴혼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회자하고 있는 부부의 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수필가> | 2017-06-20 20:15 경청(傾聽) 경청(傾聽) 아침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나가다 보니 천변의 풍경을 관찰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재두루미와 백로의 고기 잡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요즘은 백로들이 새끼들을 데리고 사냥을 하는 모습도 발견하게 되는데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미 새는 새끼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긴 다리를 아주 천천히 움직이다 가벼우면서도 재빠르게 부리를 물속으로 집어넣는다. 아마도 새끼에게 먹이 잡는 법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리고 뒤이어 어미 새 주둥이에는 어김없이 물고기가 물려 있다. 새끼도 낚시를 시작한다. 어미처럼 천천히 걷는가 싶더니 이내 온몸을 물속으로 던지고 만다. 실패다. 새끼는 몸의 물을 털어내면서도 또 잠시 뒤 온몸을 물속으로 던진다. 숨죽여 구경하던 나는 그만 “주둥이만 가볍게, 재빨리 집어넣어야지!” 하고 훈수를 두는 것 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수필가> | 2017-06-06 18:47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1112131415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