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또 하나의 방법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또 하나의 방법
  • 이지오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 승인 2024.03.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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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이지오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이지오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지질한 인식으로 서울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돌이켜보면 김해 고인돌 훼손 사건, 조선왕릉 경관 훼손 사건, 경주 신라 고분 위 차량 주차 사건, 서울 숭례문 방화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 별거 아니란 듯 문화유산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흡연하는 일들도 많다. 왜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는 부모님께,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도덕과 예절을 배우며 자랐다. 그리고 사회에서 친구나 동료, 선·후배 등을 만나며 예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체득했다. 이는 문화유산도 비슷할 것 같다. 일찍이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문화유산의 가치와 중요성, 보호해야 하는 이유 등을 학습한다면, 아마도 낙서나 방화, 쓰레기 투기, 흡연처럼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니 학교에서 문화유산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왜,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배웠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을 겸, 초등학생 시절 교과 과정을 다시 찾아보았다. 문화유산 부분은 스쳐 지나가듯 일부에 묻혀 다루고 있었다. 어쩌면 그 어린 시절 짧게 배웠던 문화유산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겠다.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며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져 왔지만, 주로 크고, 귀하고, 관광지로 유명한 문화유산이 중심이었다. 정작 내 주변의 문화유산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교육의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고자 2006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교육을 시작하였다. 이후 2018년부터는 학생들이 주변의 문화유산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지역문화유산교육'으로 확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해 지역문화유산교육은 전국에서 34개 사업이 운영되며, 이 중 우리 충청북도에서는 3개 사업이 진행된다. 먼저 `탐나는 청주'는 사적 청주 신봉동 고분군과 지역의 고고학 발굴조사 성과를 활용하여 청주의 삼국시대 역사와 문화를 쉽게 배울 수 있게 하였다. 다음으로 영동에서 진행하는 `학교에서 만나는 박연'은 조선 세종대의 음악가 난계 박연을 주제로 전통 악기와 우리의 옛 음악에 대해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꿈 이은 문화유산'은 도내 문화유산을 테마로, 강의와 체험을 결합한 수업을 구성하여 방문교사가 중학교로 직접 찾아가 교육한다.

도내 지역문화유산교육은 자라나는 초등~중학생들이 교육과 재미있는 체험을 통해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쉽게, 더 흥미있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비록 850여 개나 되는 도내의 문화유산을 모두 다루지는 못하지만,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지역에 어떠한 문화유산이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문화유산은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해 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또한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앞으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관심갖기, 찾아가기, 사람들과 함께 문화유산을 음미하며 즐기기,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생각을 공유하기처럼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된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문화유산 보호가 사회적으로 공감받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을 위한 문화유산 교육이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잠깐 내리는 폭우가 아닌 꾸준히 내리는 가랑비처럼 말이다. 문화유산 보호가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다. 그 시작에 있는 지역문화유산교육이 미래의 우리에게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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