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문백전선 이상있다 <348>
38. 문백전선 이상있다 <34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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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놈들이 끈질기게 따라오면 어찌합니까"
글·리징 이상훈

"아, 그렇군요!"

"그거 기가 막히게 좋은 작전이옵니다."

낙계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자 그의 부하들은 비로소 안심이 되는 듯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 마디씩 해댔다. 사실 그의 부하들 특히 구곡, 태락, 사양 등등은 자기들 나이보다 적어도 서너 살 아래인 낙계를 상관으로 모시고 따르는 데 있어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들은 낙계가 죽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그 자리에서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충성심이 실로 대단했다. 왜냐하면 그는 비록 약관의 나이였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두 번 세 번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난 다음 바로 이것이다 싶으면 기상천외한 방법들까지 죄다 동원하여 끈질기고 힘 있게 밀어붙였기에 그가 손대는 일에는 거의 실패나 후회가 없었다.

팔결성으로 가던 도중 잠시 들렸던 장대 일행을 그가 강력히 주장하여 붙잡아두었다가 결과적으로 팔결성으로부터 양곡 일천 석과 맞바꿔치기 하게 된 셈이라든가, 바로 어제 인근 백성들을 죄다 동원시켜 수많은 문백(문강과 백락)의 정예병사들이 팔결성과 맞닿은 경계 지역을 지키고 있는 양 위장을 시켰던 것 등등을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재치 있고 머리 회전이 빠른 인재(人才)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장수 문강과 백락은 일찍이 젊은 낙계의 총명함을 알아보고 그를 그와 같은 또래인 젊은 어은과 더불어 중대사를 함께 의논하는 책사로서 발탁하였던 것이다.

"자, 시간이 너무 없다. 빨리 서둘러야한다. 해가 중천에 높이 떠있을 때면 놈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려할 것이니 그렇게 되면 우리가 오히려 위험해 진다. 놈들이 정면 공격을 가하느라 정신이 한참 없을 때 느닷없이 뒤에서 공격을 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 누가 먼저 나서 보겠는가"

낙계가 차분하면서도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저도요."

"저도."

낙계가 가장 신임하는 부하 구곡, 태락, 사양등등이 서로 먼저 나서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으음, 좋다. 우리 모두 4명이 다섯 명씩 네 동아리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가서 싸우고 돌아오도록 하자꾸나. 사양! 자네가 먼저 애들을 데리고 가서 화살을 쏘거나 창을 던져서 놈들의 혼이 쏙 빠지도록 후방을 교란시키게나. 가급적 놈들에게 약을 살살 올려줘가며 뒤로 도망을 친다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일세."

"알았습니다."

사양이 몹시 긴장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몸을 숨기고 있던 풀숲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부하 네 명도 동시에 일어났다. 그들은 조금도 주저하거나 망설임이 없이 창과 칼을 불끈 거머쥐고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만약 놈들이 끈질기게 저들을 따라오면 어찌합니까"

옆에 있던 구곡과 태락이 은근히 걱정되는 지 낙계에게 물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봉죽의 죽창부대는 긴 죽창을 두 손으로 거머쥔 채 앞으로 쭉쭉 밀고나가는 훈련만 받았을 뿐이지 뒤쪽에 대한 방비는 의외로 허술할 거야. 게다가 적과 별안간 맞닥뜨려 육박전을 치러야할 경우, 손에 쥔 기다란 죽창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맘 놓고 싸우기도 힘이 들 것이고."

낙계는 부하들을 격려하고 안심을 시키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러나 그는 지금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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