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도입 … 전국 2192명 중 91명만 시험 통과
10년 이상 경위~경정급 베테랑 수사형사 자부심
충북 경찰에 책임수사관이 있다.
충북경찰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김주환 경감(38)과 충북경찰청 수사심의계 조봉근 경위(49), 흥덕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음영섭 경위(46), 그리고 상당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안현민 경위(38)가 그들이다. 충북 경찰 3841명 중 이들 4명만 책임수사관이다.
경찰 책임수사관제가 도입된 건 채 1년이 안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수사관 자격관리제의 가장 윗 단계가 책임수사관이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대체하는 전문인력이다. 그러니 응시자격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수사 경력 10년 이상에, 계급은 경위에서 경정급 간부여야만 한다. 전국 경찰 2192명이 이 시험에 응시했지만 91명 만이 이 관문을 통과했다.
충북에서는 이들 4명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억울한 사람 없도록, 또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게 수사 경찰의 사명(使命)이지요.”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인 4명의 책임수사관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이 책임수사관 시험에 도전한 동기는 일종의 `자가 검증' 욕구에서 비롯됐다. 자부하는 수사 경륜과 경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었단다.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 거기에 요구되는 고도화된 수사 전문성에 대한 욕구도 한 몫했다.
하지만 처음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출제 경향 파악조차 쉽지 않아 준비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
퇴근 후 그동안 처리했던 수사사건을 다시 들춰가며 오랜 수사 경험의 실무적 감각을 유지한 게 시험에 큰 도움이 됐다고 이들은 말한다.
음영섭 경위(23년 경력)는 “20년 넘는 형사 생활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을 처리 했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건을 맡겠지만, 억울한 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봉근 경위(22년 경력)는 “수사는 경찰이란 직업에 자부심이 없고 사명감이 없으면 오래 못 버틴다”며 “이제 수사는 내게 있어 운명,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주환 경감(16년 경력)은 “사건 인지, 수사, 송치까지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수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안현민 경위(15년 경력)도 “어릴 적, 경찰청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경찰이 된다면 꼭 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꿈은 이뤄졌고, 이뤄진 꿈을 더 펼쳐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건, 한 건, 사건을 해결 하다 보면 큰 보람을 느끼게 되죠.”
수사 형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 책임수사관들 앞에 해결못할 사건은 없을 듯 보였다.
/이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