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키우기
자신감 키우기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7.28 2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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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대학에 와서 제일 어려운 수업은 체육실기였다. 초, 중, 고를 다니면서 체육 특히 실기는 늘 부족했지만, 필기시험으로 실기의 부족함을 메꾸어 가며 간신히 버텨냈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통하지를 않았다. 강좌명 자체가 체육실기. 실기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은 매주 마다 연습해야할 동작과 수행과제가 있었고, 수업시간에는 한 사람씩 자기가 연습한 동작을 보여주며 평가받았다. 수업을 담당한 교수님께서는 걸어 나오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아신다며 부족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로 나오고, 혹 동작이 틀렸으면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다음 동작을 자신감 있게 수행하라 하셨다.

자신감, 내게 자신감은 열심히 준비했다는 증표였고, 무언가를 잘 한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지난 6월 프랑스의 한 매체는 프랑스 학교에서의 자신감 기르기에 대한 기획기사를 보도하였다. 2020년 프랑스 교육부 학술 세미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학생들은 OECD 회원국의 학생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능력에 비해 자신감이 낮고 불안감을 많이 느끼며, 대체적으로 학교 시스템에 대해 불신이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신감 부족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장애물로 성적 평정 시스템이 지목된다. 프랑스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성적 평정 시스템은 학생들의 노력과 성장에 가치를 두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실수에 대한 처벌과 같은 부정적 평가가 일반적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칭찬받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이 자신감과 개인적 효능감을 통해 성장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하여 스칸디나비아의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평가하여 학습 후 자신의 마음 상태를 웃는 표정, 무표정, 슬픈 표정 등으로 선택하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평가에 대해 수동적이지 않도록 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고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능력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서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6월, 기다리던 살구 시즌이 살구를 즐기지도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 학교 숙소 뒷마당에 아끼는 살구나무 한그루가 있다. 4월, 살구나무 꽃핀 것을 보고 올해도 살구가 열리겠구나 했었다. 그런데 고작 논문 한편 정리하다가 6월 그 좋은 살구들을 그냥 보내고 말았다. 올해는 살구 인연이 거기까진가 보다 했는데, 생각지 못한 7월의 끝자락에 살구 한 박스가 집으로 배송되었다.

살구, 개를 죽인다는 끔찍한 이름이지만 공자님이 살구꽃 필 즈음 제자들을 데리고 살구나무 아래서 야외수업을 했다고도 하고, 중국의 유명한 의원 동봉의 집에 살구나무가 많아 병을 잘 고치는 의사를 행림이라 하기도 했다하는 등 살구에는 미담이 많다. 특히 옛날 사람들은 살구나무 자체에도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는데, 산길을 갈 때 살구나무 지팡이를 짚거나 살구나무 목탁을 두드리면 맹수도 덤비지 않는다고 믿었다. 기독교 성경 민수기에 모세의 형 아론의 지팡이도 살구나무라 하니 과연 정말 신비한 힘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살구나무의 신비로운 힘이 전해졌는지 제자가 정성으로 보내준 살구는 무덥단 핑계로 게을러지던 마음에 회초리가 되었다. 달리기에 빠져 있을 때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아침엔 아침이라, 저녁엔 저녁이라 달리기 좋았다. 공부에서 멀어지면 더우면 더워서 공부하기 싫고, 추우면 추워서 공부하기 싫다. 아침엔 아침이니까, 저녁엔 저녁이니까, 핑계가 한가득 이다. 삼복중에도 열심히 공부할 선생을 떠올리며 보내준 그 향긋한 살구와 그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 접었던 책을 펴고, 놓았던 연필을 다시 잡는다. 믿는 제자 마음에 누가 되어서야 쓰겠나.

자신감 키우기, 성적 평가 시스템 바꾸기가 답인 줄 알았는데, 믿음으로 보내준 달콤한 살구 한 알이 외려 정답이다. 살구 한 입 베어 무니 공부할 힘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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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7-29 09:45:58
살구가 殺狗로 조어된것은 루머에서 비롯된것이라 합니다. 백과사전, 국어사전, 한자사전등 다 찾아보아도 살구와 殺狗가 연관되지 않고, 이상해서 찾아보니 루머를 책으로 엮어서 그렇게 설명한 책이 보입니다.


살구의 어원이 殺狗(죽일 살, 개 구)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기도 하나, 살구는 순우리말인데다가 옛말은 '살고'였으므로 이는 한자부회(군두목)로 인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출처가 사계절 약초도감등 몇 가지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