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2011년에 상영된 《컨베이젼》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분명 그때의 영화는 픽션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과학과 함께 가능성을 기반을 뒀기에 관객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물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도 맞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다. 그것은 영화 속의 사람들 개개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익숙하게 다니던 거리조차도 낯설게 느껴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관객들은 그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두려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기억 저편으로 밀어 넣고 살았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지금 전 지구인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이렇게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바이러스는 없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마스크가 동나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꺼리는 추세다. 사람들을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 데는 정보 매체들의 신속한 보도가 한몫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발 빠른 정보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 이면의 모습을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무책임한 가짜 정보는 사람들을 더 두렵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두려움에 떠는 이때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왕복선 `VS S유니티'를 타고 80㎞ 고도까지 올라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우주를 감상하는 1인당 25만 달러짜리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느 때 같으면 보도매체들이 여기저기 지면을 할애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식이건만 신문지면도 방송에서도 떠들지를 않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집중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이 먼 미래의 꿈이라고 한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중요한 당장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화로 인해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득인지 독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국인들의 주검들을 보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이 말은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한동일 교수는 《라틴어 수업》의 책에서 이 말의 뜻을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문구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보면서, 이 문구가 내 가슴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오는 시간의 끝이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듯 죽음 또한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내 일이 아니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이기심의 극치일 것이다. 지금 두렵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자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분명 힘든 이 시간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