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0.02.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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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상상이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2011년에 상영된 《컨베이젼》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분명 그때의 영화는 픽션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과학과 함께 가능성을 기반을 뒀기에 관객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물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도 맞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다. 그것은 영화 속의 사람들 개개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익숙하게 다니던 거리조차도 낯설게 느껴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관객들은 그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두려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기억 저편으로 밀어 넣고 살았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지금 전 지구인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이렇게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바이러스는 없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마스크가 동나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꺼리는 추세다. 사람들을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 데는 정보 매체들의 신속한 보도가 한몫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발 빠른 정보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 이면의 모습을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무책임한 가짜 정보는 사람들을 더 두렵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두려움에 떠는 이때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왕복선 `VS S유니티'를 타고 80㎞ 고도까지 올라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우주를 감상하는 1인당 25만 달러짜리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느 때 같으면 보도매체들이 여기저기 지면을 할애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식이건만 신문지면도 방송에서도 떠들지를 않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집중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이 먼 미래의 꿈이라고 한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중요한 당장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화로 인해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득인지 독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국인들의 주검들을 보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이 말은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한동일 교수는 《라틴어 수업》의 책에서 이 말의 뜻을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문구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보면서, 이 문구가 내 가슴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오는 시간의 끝이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듯 죽음 또한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내 일이 아니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이기심의 극치일 것이다. 지금 두렵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자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분명 힘든 이 시간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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