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안 도 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 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퍼서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을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 우리의 삶을 그릇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시인의 사기그릇처럼 누적된 시간으로 채워진 자잘한 실금이 가득할 겁니다. 그 실금 속에는 외면하고 싶었던 실패와 좌절, 눈물이, 더 와락 안고 싶었던 희망과 웃음, 사랑이 뒤섞여 나만의 무늬를 띠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 그랬죠, 미래를 알고 싶으면 지금의 너를 보라고. 나와 나의 응시로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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