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오 세 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2월은 금세 지나갑니다. 날짜가 짧은 달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인의 말처럼 `벌써?' 말이지요. 이때면 우주의 생태 시계도 바삐 돌아갑니다. 마른 가지마다 물기를 품고 봉곳해지는 꽃망울, 퍽퍽한 대지를 뚫고 뾰족 돋는 초록의 아우성이 들판으로 가득합니다. 존재함을 드러내기 위한 자연의 치열한 투쟁은 가슴 뜨거운 경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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