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과수農 `쪽박'
충북지역 과수農 `쪽박'
  • 박명식 기자
  • 승인 2017.02.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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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영향

선물용 주문·판매 뚝

울며겨자먹기 헐값 처리

설 특수는 고사 `피눈물'

설 대목 특수를 기대했던 과일 농가들이 대박은 고사하고 쪽박을 차게 생겼다.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사과 등 명절 선물용 과일이 전년 대비 절반도 판매되지 않으면서 잔뜩 쌓였던 재고를 울며겨자먹기로 헐값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치고 이번 설 명절처럼 판매가 저조한 적은 수 십년 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과수농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예년 같으면 한 해 동안 땀 흘려 과일을 농사짓고 수확해 놓으면 농협은 물론 대형마트, 서울 가락동, 청량리 시장, 소·도매상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했다.

하물며 관내 각급 기관이나 사업을 하는 지인들까지도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공세용 과일을 대거 주문하면서 농가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문량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주문 자체가 사라졌다.

일부 농민은 설 명절 전인데도 주문이 없기에 직접 과일을 싣고 서울시장으로 올라가려고 연락을 취해봤지만 가져오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

그나마 지역에 아는 지인이 많고 거래처를 미리 확보해 놓은 일부 농가는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농가는 쌓여 있는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예년의 30% 밖에 안되는 가격으로 물량을 넘기고 있다.

실례로 음성군 소이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박모씨(49)는 이번 명절 특수를 보고 5㎏ 들이 사과 선물세트 1000박스를 준비했다.

명절 전 당시 거래가는 1박스당 약 3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명절이 다가와도 도무지 주문이 없고 판로가 없어 약 700박스 정도는 1박스당 5000원선에 팔아야 했다.

똑같은 물량으로 지난해는 전량 3000만원 정도 올렸던 소득을 올해는 전량 500만원 정도 밖에 안되는 소득으로 한해 사과 농사를 마감한 것이다.

일부 농가는 너무도 억울한 나머지 혹시라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싶어 창고에 쌓아두고 있지만 판매시기를 놓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애를 태우고 있다.

박씨는 “그래도 마지노선 적정가라는 것이 있는데 지난해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넘긴 것은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동네만 해도 약 50여 과수농가가 있는데 사정은 다 똑같다”고 하소연했다.

명절이면 최하 과일상자 4~5 박스는 받았는데 올해는 사과 한박스가 안들어와 직접 구매해서 차례를 지냈다는 관내 일부 재계인의 귀뜸 역시 김영란법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택배업계의 말을 들어봐도 지난 설 명절의 과일 판매 수효가 형편없음을 알 수 있다.

과일은 잘 못 다루면 상품 손상으로 이어지는데다 중량도 무겁기 때문에 택배업 종사자들이 꺼리는 배달품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번 설에는 선물용 과일 배달량이 현격하게 줄어 일이 한결 쉬웠다는 게 택배 종사자들의 뒷얘기다.

또 다른 과수농가 김모씨(55)는 “부정부패 척결의 취지는 좋지만 평생 농사를 지며 먹고 살아야 할 농민을 위해서는 농·축·수산물 만큼은 가격을 떠나 선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까지 다 태워버리는 법이 김영란 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음성 박명식기자
newsvic@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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