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리는 가계, 보험부터 줄인다…종신보험 가입자 74%, 10년도 안돼 '해지'
쪼들리는 가계, 보험부터 줄인다…종신보험 가입자 74%, 10년도 안돼 '해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9.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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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2005년 8월 계약자, 2015년 6월까지 유지 비율 36.1% 불과, 73.9%가 해지
매월 내는 보험료 최소 10만원 이상에 납입기간도 10~20년, 가계경제 상황에 민감

계약유지율, 현대라이프생명 10.1%로 최저, 외국계 생보사인 AIA생명 49.%로 최고

종신보험은 가입기간 보통 20년 돼야 원금 전액 보장받아, 가입시 꼼꼼히 따져봐야

회사원 김씨(38세)는 2005년 취업하면서 주변 지인의 소개로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매월 13만원에 가까운 돈을 약 8년 정도 붓고 있던 중, 그는 담석 제거 수술을 받게 됐다. 하지만 가입해 둔 보험 상품이 종신보험인 탓에 수술과 관련해서는 어떤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이후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진 김씨는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건강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지만, 해지환급금이 그간 부은 돈의 40%에 불과해 해지를 망설이고 있다.

종신보험 가입자 10명 중 7명은 상품에 가입한 지 10년도 안돼 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신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최소 1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그간 낸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대다수 가입자가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상품을 해지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생명보험사가 2005년 8월 중 맺은 종신보험 신계약 중 2015년 6월까지 유지되고 있는 계약은 36.1%에 불과했다. 무려 73.9%가 해지했다는 말이다.

계약유지율은 현대라이프생명이 10.1%로 가장 낮았고, 외국계 생보사인 AIA생명이 49.%로 가장 높았다.

'빅 3'인 삼성생명은 32.2%,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26.6%와 40.7%로 나타났다.

종신보험은 사망 이후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보통 가장들이 사망 이후에도 가족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까지 보장되고 사후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월 내는 보험료도 최소 10만원 이상인데다 납입 기간도 10~20년이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종신보험은 장기간 유지하기가 까다로운데다, 가계 경제 상황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10년간 경기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서 종신보험을 해지한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악화된 고객들이 저축성보험보다는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을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 같은 저축성 보험은 '적금'의 개념으로 여기지만, 보장성보험은 모두 가계 비용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사업비와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중간에 보험을 해지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원금에 비해 크게 낮다는 문제가 있다. 가입기간이 보통 20년이 돼야 원금을 전액 보장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때문에 생명보험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 중 종신보험 민원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며 "종신보험을 선택하기 전에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잘 따져서 가입해야 하고 설계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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