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금'이라고 쓰고, '비자금'이라고 읽는다
'전도금'이라고 쓰고, '비자금'이라고 읽는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4.1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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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전도금을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활용
규모가 터무니없이 크면 분식회계 가능성 높아
검찰·국세청도 자세히 들여다 봐야 적발 가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치권 로비 등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주로 '전도금(前渡金)'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도금은 회사가 업무와 관련해 지출금액을 확정하기 어려울 때 미리 일정기간 발생할 비용을 예상한 후 돈을 미리 지급한 다음 나중에 사용내역을 정산하는 계정(당좌자산)을 가리킨다.

건설업계처럼 전국에 걸쳐 여러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을 경우 본사가 모든 현금거래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도금을 통해 현장 운영경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기업 경영 편의를 위한 계정이지만 대주주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회계 감사 때 집중 점검을 받지만 사주 1인 지배체제하에서는 적발되기 힘들다.

우선 건설업계에서는 경남기업이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도금(32억원) 규모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식회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A 건설의 한 관계자는 "전도금은 현금이 필요할 때 가장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성격의 자금이다. 오너나 사업부서에서 급전이 필요할 경우 회계처리를 당장 할 수 없으니까 여기에 대비해 약간의 전도금을 마련해 놓는다"며 "회계처리만 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도금은 회계처리가 안되면 어디에 썼는지 용처를 알 수 없어 문제가 된다"며 "30억원대 전도금은 경남기업 같은 중견기업이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크다. 분식회계나 회계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전도금'이 과거 '공사 단가 부풀리기'와 맞물려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많다. 내부 감사시스템을 대주주가 틀어쥐고 있는 만큼 국세청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가 아니면 비자금 조성 사실을 적발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B 건설의 한 관계자는 "발주처는 공사대금을 통상 본사 계좌로 지급한다. 현장은 공사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재비, 인건비 등을 본사에서 받아쓴다"며 "과거 현장에서 필요 없는 공사를 넣거나 안한걸 했다고 하고 비용을 부풀려 청구한 후 영업자금이나 로비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건설사 같은 경우 권력이 오너에게 집중돼 있고 감사도 오너 측근이 많기 때문에 위에서 서류작업을 하면 해당 공사현장 사람이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하기 힘들다"며 "검찰이나 국세청도 상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 건설 관계자도 "전도금은 현장에서 공사 수행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돈"이라며 "현장 관계자만 얼마나 청구해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인건비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을 만드 것이 관행이었지만 현장 인력 보험 가입 등이 의무화되면서 과거처럼 성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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