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스 크 칼 럼
데 스 크 칼 럼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10.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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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대 50억
전북 군산시가 국책사업 지원을 대가로 앞바다의 직도를 미 공군 사격연습장으로 제공하기로 해 진통을 겪고 있다. 도내에서는 영동군이 지난해 초 한 군부대에 미군의 폐폭'탄약을 폐기하는 재처리시설을 허가했다가 지금까지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두 지자체 모두 민간에 적지않은 피해를 초래할 군사시설을 성급하게 허가해 화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사전에 충분한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밝힌 점, 그러나 약속과 달리 객관적으로 여론을 살필 수 있는 주민투표나 여론조사가 없었던 점도 두 지자체의 공통분모다.

영동군은 지난해 3월 반대여론을 들어 한차례 반려했던 육본의 폐탄약재처리시설을 위한 건축허가 신청을 슬그머니 처리했다. 군산시도 무슨 까닭인지 하필이면 일요일인 지난달 24일 공군이 요청한 직도사격장 자동채점장비(wiss) 설치허가를 전격 처리했다.

두 지자체 모두 일부 이장이나 통'반장 등의 견해를 찬성여론이 우세하다는 근거로 제시했고, 그 근거가 전혀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허가의 명분으로 지역경제를 내세웠고, 그같은 충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무시한 밀실행정으로 주민의 생존권을 팔아 먹었다는 비난을 받는 점에서도 두 지자체는 판박이다.

다른 점도 있다. 군산시가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국책사업비가 3000억원인데 반해 영동군이 받은 정부 지원금은 50억원이다. 시설에 따른 피해의 정도 등 고려 요인들이 있겠지만 청정을 자랑하는 영동에 폭탄을 실은 차량들이 들락거리고 탄약을 해체하고 녹이는 흉한 작업이 대규모로, 또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쥐꼬리'도 없다.

군산시가 먼저 지원을 약속받고 허가를 해준 반면, 영동군은 허가부터 내주고 나중에 지원을 요청하는 역순을 밟은 점도 다르다.

영동군은 시설 허가후 6개월이나 지난 뒤에 정부에 대가를 요구했다. 그 것도 국무조정실까지 올라가 통사정해서 얻어냈다. 추후 이 시설이 증'개축을 하더라도 더 이상의 보상을 원하면 안된다는 단서까지 덤으로 얻어가며 말이다.

군산에서는 시의 허가를 놓고 시민단체 등이 범시민 대책위를 구성해 강력 반발하는 반면, 영동군은 해당지역인 매곡면의 반대 주민들만이 외로운 법정투쟁을 벌이는 모습도 딴판이다.

늦었지만 영동군은 지금이라도 거꾸로 간 행정을 바로 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국방부에 지난 2002년 지역에 화학무기폐기시설을 허가할 당시 약속한 국책사업비 3580억원 지원에 대한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

그 사업비는 반대주민들이 경부선 철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하게 저항하고 이 과정에서 군의원 등이 구속되는 수난을 겪은 끝에 얻어 낸 그야말로 '피와 땀의 산물'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해까지 띄엄 띄엄 150억여원을 지원하고 나서 종을 쳐버렸다. 군민 전체가 우롱당한 꼴이 됐는데도 누구 하나 따지는 사람이 없다.

국방부가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영동군도 '시설을 허가해 놓고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부담'에 끌려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매듭지은 후 그 알량한 보상금 50억원을 정부에 반납하는 것으로 폐탄약시설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투표가 어렵다면 여론조사라도 실시해 군민들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확보한 후 주민들과 함께 보상협상에 나서는 것이 그 다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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