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로 갔다는 김 군과 얻어맞는 아버지들
IS로 갔다는 김 군과 얻어맞는 아버지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1.22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 一筆

과연 그가 IS(이슬람국가)에 가입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지만 이제 겨우 18세에 불과한 김군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는 “지금의 시대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다.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가 좋다”라는 글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어린 나이에 말못할 실연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가정문제나 학교폭력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스마트폰 세대들이 빠지기 쉬운 가상세계로부터의 유혹에 홀린건지 이래저래 궁금증만 쌓여 간다. 

아닌게 아니라 이슬람교 국가들, 특히 IS같은 원리·극단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와 집단에서의 여성 차별은 우리의 시각으로는 극악무도할 정도로 잔인하다. 자유연애를 했다고 해서 마을사람들한테 돌팔매 사형을 당하는가 하면, 좀 야한 옷을 입고 얼굴을 내보였다고 해서 생매장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가문의 존엄을 위해 명예살인(honour killing)을 택했다고 포장된다. 

이렇게 죽임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이 비공식적으로 연간 2만여명에 달한다니 할말을 잊게 한다. 

이젠 이슬람 국가에서도 여권신장이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그곳 여성들이 온몸을 감싸는 히잡과 차도르,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거리를 활보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지금도 IS가 장악한 지역내에선 많은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유린당하며 잔인하게 죽음으로 내던져진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도 여전히 성 불평등의 오명을 벗지 못한다. 최근 국가적 충격을 안긴 사건들처럼 반인륜적 사고만 났다 하면 그 피해자는 십중팔구 여성들이다. 단지 신체적인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괴롭힘을 당하고 끝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것이다. 

넓게 보면 이렇지만 그러나 주변의 현실은 너무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범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정폭력의 피의자는 거의 100%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얼마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남편을 끌고 나왔다가 “맞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항의에 경찰이 곤욕을 치렀다는 기사는 아예 베스트 목록에 올랐다. 

자료에 따르면 남편이 부인한테 얻어맞아 경찰에 공식적으로 신고된 가정폭력은 지난해 1100여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32%나 늘었다. 이른바 ‘남성의 전화’ 등에 접수되는 남성피해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고 한다. 

이들 사례를 분석해 보니 남편에 대한 부인의 폭력은 대부분이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 빚어졌다. 가정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남편들이 힘이 없어 맞는 게 아니라 기가 죽어서 하는 수 없이 얻어맞는 꼴이다.

실제로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 퇴직하거나 쫓겨나게 되면 새로운 직장과 일감을 구하는 데 있어 여성들에 비해 고충이 크다. 여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월 100만원 내외의 주방일이라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남자들은 일용직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비상금을 숨겨놓은 복받은 처지라도 주기적인 수입이 없는 남자들로선 어느덧 가정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고 그 후유증이 부인의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등산을 하면서, 혹은 음식점이나 사우나에서 이러한 고민을 토로하는 ‘흘러간 가장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늙고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아랫목을 차지하며 ‘꼰대’의 기세를 조금도 흐트리지 않던 그들의 부모세대와는 분명 다른 시대가 됐다. 열여덟살 김군이 이러한 것을 불편해 했다면, 글쎄다 달리 할말이 없을 듯싶다. 

젊어서는 온힘을 다해 가정을 건사하다가 나이들어 은퇴한 이 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은 어차피 힘들고 외롭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철통같이 믿었던 배우자는 자꾸만 멀어지려 하고 자녀들마저 대화하기를 꺼린다. 

그러기에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마지막 장면에서 남긴 독백 “아부지 저 참 힘들었심더…”가 지금 나이든 우리 아버지들에게도 결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